정부가 '경기 떠받치기'와 '부동산 거품빼기'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침체의 깊은 늪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콜금리를 내린 결과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투기붐이 급속히 확산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2월 대전 일부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것을 시작으로 올들어서만 10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고삐가 풀린 투기열풍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과다 보유자 5만∼10만명에 대해 보유세를 중과세키로 하는 등의 추가 대책을 이달 말께 내놓는다는 계획이지만 '약효'가 제대로 통할지 정부 관계자들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고 모든 부동산 거래에 대해 양도세를 실거래가격 기준으로 매기는 등의 '정공(正攻)법'이 필요하지만 자칫 '극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게 정부의 고민이다. 부동산값이 폭락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한 상당수 투자자들이 또 다른 신용불량자로 대거 전락할 수 있다는 것. ◆ 또다시 칼 빼든 정부 정부는 각 부처가 참가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3단계로 나눠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은 전국을 돌며 분양권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1천여개 '떴다방'을 집중 단속, 강력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떴다방을 배후 조종하는 전주(錢主)들의 자금 출처 조사도 병행키로 했다. 연말까지의 과제로 5만∼10만명에 달하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재산세, 종합토지세) 중과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구체적인 과다 보유의 기준과 부과 방법 등은 앞으로 부처간 협의를 통해 정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통합토지세 납부금액 등이 유력한 기준으로 검토되고 있다. 작년 종토세 납세자 가운데 24만8천여명이 50만원 이상의 세금을 냈는데, 이들 중에서 상위 5만∼10만여명을 추려내겠다는 것. 김영용 재경부 세제실장은 "이들 계층에 대해서는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세금을 매겨 부동산 보유가 짐으로 느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으름장'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노영훈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안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지엽적인 투기 단속이나 별도의 시장안정 대책이 아니라 정부의 의지"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부동산 임대소득이나 양도소득 등 자본소득에 대한 엄격한 과세원칙만 갖고 있다면 부동산 시장안정은 어렵지 않다는 것. 예컨대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는 투기지역을 현재는 지자체(시ㆍ군ㆍ구)별로 지정하고 있지만 국세청의 과세시스템이 전국을 상대로 한 실거래가 과세를 담보할 수 있어 정부의 정책 의지에 따라 투기 억제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 자금 물꼬를 터줘야 이같은 비판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부동산을 잡자니 경기부양이 어렵게 되고, 부동산을 놔두자니 경기부양의 혜택을 받을 중산ㆍ서민층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부동산 투기를 불식시킬 근본 처방은 경제의 체력을 향상시켜 자본시장 등 다른 곳들에도 고루 돈이 흘러가게끔 물꼬를 터주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시중 자금의 흐름을 증권시장쪽으로 틀지 못하는 한 어떤 투기 억제 방안도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를 위해 추가적인 증시활성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