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의 5·18 시위와 관련,'엄격한 법적용'을 천명했던 청와대가 하루만에 방침을 바꿔 관용적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철도노조 화물연대 등의 불법집단행동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오늘의 난국을 초래했는데 '법대로' 대응하겠다던 방침을 또다시 철회하고서도 불법집단행동이 사라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별한 상황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5·18행사추진위원회 간부들이 대통령을 만나 선처를 요청했다는 얘기인데, 그것이 그 날 있었던 집단적 불법행동 그 자체를 없었던 일로 되돌린다고 볼 수는 없다. 어떤 연유에서건 정부 방침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새 정부 들어 청와대나 정부가 돌연 방침을 바꾼 것은 한두번 있는 일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직자 윤리강령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청와대는 공무원 행동강령을 만들어 천편일률적으로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공직사회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 지난달엔 "전교조의 반미교육은 곤란하다"며 대책마련을 지시하고서도 나중엔 "지금의 교육정도는 특별히 문제삼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해 도대체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없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만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철도노사협상이나 화물연대파업 등 잇단 불법집단행동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수차례나 천명하고서도 결국은 법 적용은 않은채 유야무야 처리해왔다. 청와대나 정부의 방침이 이처럼 수시로 변하니 제대로 영(令)이 설 리 없다. 법에 따라 엄정처벌하겠다고 공언해 놓고도 결국은 처벌을 하지않으니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는 집단이기주의와 불법집단행동이 난무하는 것이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오죽하면 공무원노조나 전교조까지 집단연가 신청 등으로 불법적 단체행동에 나서려고 하겠는가. 노 대통령이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국가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말을 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의 무원칙하고 임기응변적인 대응에 근본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지금 국가기능은 위기상황에 있다. 수시로 방침을 바꾸며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 불법집단행동 도미노 현상을 부르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불법집단행동을 임기응변식으로 처리해서는 또다른 불법집단행동을 키울 뿐이다. 법과 원칙에 따른 단호한 대응을 통해 사회질서를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