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교민들은 요즘 사스 공포로 마음이 편치 않다. 서비스업은 물론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교민들도 사무실에 갇혀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고 있다. 출장은 엄두도 못낸다. 비즈니스가 잘 될리 없다. 늘어가는 손실에 한숨이 깊다. 교민 마음을 더 우울하게 하는 일이 있다. '총영사 부재'다. 아픔을 함께 나누고,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총영사 자리가 무려 한달 이상 비어 있다. 가뜩이나 위축된 교민들이 이를 곱게 볼리 없다. 일부 교민들은 "사스가 무서워 총영사 부임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상하이 영사관 총영사실의 문이 잠긴 것은 지난 4월 초.전임 총영사가 본부로 자리를 옮긴 후 계속 닫혀 있다. 현지 출신 여비서가 가끔 오는 전화를 받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영사직은 역시 인사이동으로 곧 자리를 옮기게 될 부총영사가 대행하고 있다. 다음달 초에나 신임 총영사가 부임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영사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석 한달이 지난 뒤에야 후임자가 결정됐고,이에 따라 한달 이상 걸리는 부임 절차 탓에 순연되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중국경제의 심장부 같은 곳이다. 우리나라 대(對)중국 투자의 30%가 상하이 주변에 몰려있다. 양쯔(揚子)강 삼각주경제의 급부상과 함께 총영사 역할이 더욱 중요시되는 지역이다. 게다가 사스 비상시기에 '총영사 부재 중' 팻말이 무려 두달 이상 걸려 있게 되는 셈이다. 그 팻말에 우리나라 정부의 중국정책 현주소가 적혀 있는 듯했다. 상하이의 한 대기업 주재원은 "전임 총영사는 부임 8개월,일에 속도가 붙을 때쯤 상하이를 떠났다"며 "상하이 총영사는 그렇게 쉽게 바꾸어도 되는 자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8개월만에 총영사를 불러들여 놓고,후임자 발령은 미루는 것에 대해 상하이시정부 외교파트너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총영사관은 "총영사가 없어도 큰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한 교민은 대뜸 "그렇다면 상하이 총영사는 없어도 되는 자리냐"고 되물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