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 성장도 '빨간불' .. 민간소비 위축에 설비투자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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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올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7% 증가하는데 그침에 따라 '연간 4%대 성장률' 달성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은의 당초 예상(3.9%)보다 성장률이 낮은데다 2ㆍ4분기 역시 사스(SARSㆍ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와 물류대란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 둔화세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추가경정 예산 등 정부의 총체적인 경기부양책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인데다 과열된 부동산시장이 적극적인 정책 집행의 발목을 잡고 있어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 내수가 성장률 갉아먹었다
한은은 성장률 둔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내수 부진'을 꼽았다.
미·이라크전, 북핵문제, 신용카드 억제 정책 등으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올 1ㆍ4분기중 민간 소비지출이 지난 98년 4ㆍ4분기(-9.2%) 이후 가장 낮은 0.9% 증가에 그쳤다.
전분기 대비로는 2.1%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에 의존하는 서비스업은 작년 4ㆍ4분기(8.6%)나 작년 연간 평균치(8.8%)에 크게 못미치는 2.1% 성장에 머물렀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도소매ㆍ음식ㆍ숙박업의 증가율이 전분기 6.6%에서 1ㆍ4분기엔 마이너스 1.4%로 급락, 민간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꾸준히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가던 금융ㆍ보험업도 0.6% 감소세로 돌아섰다.
교역조건이 악화돼 1ㆍ4분기중 국내총소득이 2.0% 줄어든 것도 소비심리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지적됐다.
1ㆍ4분기중 수출입 상품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수출입 디플레이터'를 기준으로 한 교역조건 지수는 68.6으로 전년동기 대비 5.5% 악화됐다.
이로 인한 실질 무역손실이 1ㆍ4분기중 약 24조원에 달했다.
이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악화된 셈이다.
설비투자 역시 전년동기대비 1.6%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데 한 몫을 했다.
수출이 17.3% 증가하며 작년 평균치(14.6%)를 크게 웃돌았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위축으로 촉발된 성장률 둔화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 성장동력은 수출뿐
민간소비가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내수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작년 1ㆍ4분기 84.3%에 달했던 내수의 성장 기여율은 2ㆍ4분기 50.6%에 이어 올 1ㆍ4분기엔 19.5%까지 떨어졌다.
내수와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1년 만에 8대 2에서 2대 8수준으로 역전된 셈이다.
산업별로도 성장 엔진이 바뀌는 추세가 두드러졌다.
서비스업의 성장 기여율은 전분기 51.1%에서 25.9%로 급락한 반면 제조업의 기여율은 41.9%에서 47.8%로, 건설업은 8.3%에서 14.6%로 각각 높아졌다.
◆ 4% 성장도 물건너가나
올해 4%대의 성장은 이미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 2ㆍ4분기에도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해 한은이 언급한 '마지노선'(4%대 성장)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은은 이달 콜금리 목표치를 인하하면서 "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지면 실업 대란이 일어나는 등 국내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은 관계자는 "사스와 화물연대 파업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하는 2ㆍ4분기엔 전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한은의 금리인하 조치가 기대했던 효과를 나타내면 4%대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낙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부동산시장도 잠재적인 위협요인으로 도사리고 있다.
박승 한은 총재는 "불경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현상이 지속되기 어렵다"며 "부동산 거품이 조만간 붕괴될 것이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어느 정도의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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