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시청으로부터 부산 우수중소기업인 대상을 받은 신세영화성 김동근 사장(49)은 신발산업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라고 말한다. 부산신발지식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이제 신발산업을 지식집약형 고부가가치로 도약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신발업계에서 26년간 몸담아 온 '신발역군'이다. 1977년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생활을 중도 포기한 그는 신발박스 인쇄공장에 취직,신발과 인연을 맺었다. 열심히 일한 결과 윗 사람의 신임을 얻었고 '신발은 돈되는 산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취업 6개월 만에 신발박스 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테이플을 찍어 만들던 박스를 국내 처음으로 고무풀로 만들어 내놓자 매끈하고 보기 좋아 주문이 밀려 들었다. 욕심이 생긴 그는 96년 신발의 인쇄와 로고를 찍는 '날염스크린' 사업에 나선다. 하지만 1년 만에 위기가 닥쳤다. 외환위기 여파로 최대 납품처였던 태화물산이 부도를 낸 것. 사업에서 손을 뗄까 망설이던 그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채권자들을 모아 부도난 태화물산을 인수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얻었지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발에 인생 승부수를 던진 그는 이리저리 돈은 끌어모아 시설투자에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98년 자체 브랜드 '리코'를 내놓게 된다. 그러나 리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품질이 괜찮아 가격이 낮으면 무조건 팔려나갈 것이라는 판단이 완전히 빗나갔다. 이미 소비자들은 외국의 고가 제품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고가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골프화 마라톤화 등산화 등을 생산해 고가 내수시장을 공략했다. 반응은 서서히 나타났다. 우수한 품질에 특히 마무리가 깔끔하다는 입소문이 퍼져나가 99년에는 DVS, LAKAI 등 세계적인 스케이트보드의 해외바이어들이 회사를 방문했다. 라인과 기술연구실을 둘러본 이들은 '베리 굿'을 연호했으며 이후 미국과 유럽의 바이어들이 줄을 이었다. 김 사장은 회사가 어려워도 매출액의 10% 이상을 해마다 기술개발에 투자했다. 특히 금형개발과 투자, ISO-9001 획득에 힘을 쏟아온 것도 기업의 성장을 가속화시켰다는 김 사장의 자평이다. 신세영화성은 최근 원적외선 방출 기능성 신발인 '프리 톱'을 개발했다. 원적외선 방출기능 에어백 장착 등으로 향균 항취효과와 무릎관절보호, 근력강화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주5일 근무로 레저산업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개념의 고기능성 제품에 승부를 걸겠다는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지난 3월부터 부산신발지식산업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개성공단에 신발단지를 조성, 한국신발업체들이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상품과의 경쟁력을 갖추고 통일시대에 대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