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방일기간인 내달 8일 일본 TV 방송을 통해 일본 국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그간 양국 국민 감정을 감안할 때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일본 국민들과 대화를 갖는 것은 파격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측은 "일본 국민과 젊은층,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대화를 함으로써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관한 노 대통령의 비전을 설명하는 계기로 삼고자 기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TV대화는 일본측에서 아이디어를 내 성사됐으며, 녹화방송으로 일본 전역에 중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는 월드컵 공동개최로 조성된 우호협력 분위기를 공고화하기 위한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 반기문(潘基文)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23일 "노 대통령이 젊은 대통령으로서 한국에서 국민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만큼 이런 면을 살려 한일간 미래지향적인 비전 등을 서로 들어보는 계기로 삼자는 취지에서 협의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아직 TV대화에서 다룰 주제와 방식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한일관계에 전환점이 될 파격적인 내용을 언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아닌 일본 국민들과의 대화라는 점에서 양국 국민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들이 거론될 소지가 농후하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지난 98년 김대중(金大中) 전대통령 시절 발표한 `신(新)한일관계 선언'을 상기시키며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을 위한 획기적인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양국간 해묵은 현안인 독도와 일제치하 과거사, 일 각료들의 신사참배 문제 등에 대해 양국관계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차원에서 `대담한 제안'이 나올 지 주목된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해 4월말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직후 일본 민주당 의원들과 면담에서 "김 전대통령이 그간 일본과 대화해온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98년 신한일관계 선언 내용이 지금까지 어떤 정권보다 우호적이고 합리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어 일부러 챙겨서 가끔 읽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또 "한일관계에서도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옳다고 믿는 것은 국민정서에 안맞더라도 용기있게 말하고 추진하겠다"며 "해양수산부장관 시절 수많은 네티즌들이 독도문제에 대해 강하게 대처하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한일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인식위에서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북핵문제, 우리의 평화번영정책과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에 대한 일본의 지지와 협력 확보 등이 모색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