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onung@seoulauction.com > 나는 아직도 지난 일요일 들었던 종달새 노래에 대한 흥분으로 들떠 있다. 조깅 겸 산책 삼아 미사리 조정경기장과 한강 사이의 버려진 공터를 찾았다가 종달새를 발견한 것이다. 종달새 한 마리가 하늘 높이 솟아 바쁜 날갯짓을 하며 멈춘 채로 노래를 하는 모습…. 시골을 떠난 후 30여년만의 종달새와의 해후였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그 시절 햇볕 따뜻한 봄날이면 종달새와 더불어 살았다. 도회지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겠지만 그래서 나는 유난히 종달새 노래에 대한 향수가 강하다. 내가 자란 시골을 감돌아 흐르던 개울 주변의 널따란 공간은 종달새들의 서식지였다. 그러나 인간의 속 좁은 이기심이 그 곳에 시멘트를 퍼부어 주차장이며 놀이터로 만들어 그들의 땅을 빼앗아 버렸다. 요즘 '생명을 해치는 일체의 행위를 참회 드립니다'라면서 성직자 네 분이 새만금 갯벌에서 시작해 서울까지 장장 3백5km의 거리를 삼보일배(三步一拜)하고 있다. '죽음의 방조제를 생명의 늪으로'라는 구호를 가슴에 두르고 부처님 앞에 인간의 탐욕과 무지, 폭력을 속죄하며 새만금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청계천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린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새만금 갯벌을 메워 농지를 만들겠다고 한다. 시화호의 아픈 교훈이 정치적, 지역적 이해관계에 의해 망각되어서는 안된다. 네덜란드의 블라우에 카머와 미국의 에버글레이드는 이미 조성된 간척지를 역간척해서 원래의 주인이었던 갯벌 및 습지 생물들에게 돌려주었다. 미물이 살지 못하는 곳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는 것이므로 생태보전은 궁극적으로 인간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작년 이 맘때쯤 천수만에 종달새가 살고 있다는 얘기를 책에서 읽고 지도와 망원경을 들고 나섰다가 부근 꽃박람회 인파로 서너 시간을 차 속에 갇혀 발걸음을 되돌린 적이 있다. 이번 일요일에는 종달새를 만나러 가야겠다. 그 곳도 조만간 시멘트로 덮이면 종달새는 다시 어디론가 떠나버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