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를 통해본 아직도 '진행중'인 4·3 항쟁..소설 '신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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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억압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를 지탱해 나가는가의 문제에 꾸준히 천착해 온 작가 이청준이 신작 장편소설 '신화를 삼킨 섬'(열림원, 전2권)을 내놨다.
이청준 문학전집(전25권)이 완간된 시점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이청준 문학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제주 4ㆍ3 항쟁이다.
작가는 이 사건을 통해 이념의 대립 앞에서 무고하게 쓰러져 간 민중들의 한을 달랜다.
또 원혼을 위로하며 살아가는 무속인들의 한과 희생을 조명한다.
4ㆍ3 항쟁이 발발한 1948년도가 아닌 1980년대 초반의 시대상황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풀어내는 점이 이 소설의 특징이다.
이는 사건 발생 후 반세기나 지났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당시 희생자중 일부가 아직도 생존해 있는 등 '4ㆍ3'은 여전히 진행형 사건이라는 작가의 역사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공간적 배경을 제주도로 삼은 것은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해 나라가 혼돈과 위기에 빠질 때마다 제주에서 무고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폭력으로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 세력은 4ㆍ3 사건의 원혼을 달랜다는 명목으로 무당들을 제주도로 불러 씻김굿을 열게 한다.
이를 위해 육지의 무당 유정남이 아들 정요선과 신딸 순임을 데리고 제주도로 내려온다.
제주도 무당들의 냉랭한 반응을 보며 위령굿판을 벌인 유정남은 돌아오는 뱃길에서 아들에게 출생 비밀을 들려준다.
정요선은 한센병 환자로 '인민의 나라' 건설에 뜻을 두었다가 소록도 갱생원에서 죽어간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는 "소설을 준비하면서 나는 이 땅에 삶을 점지받고 태어난 보통사람들의 진정한 소망과 그를 지켜 나가기 위한 끈질긴 지혜의 힘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변변치 못한 작품으로 4ㆍ3 항쟁과 관련된 단체나 인사들의 명예가 본의 아니게 손상되는 일이 생긴다면 이해와 함께 용서를 빌어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