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하는 자연과 컴퓨터 속의 디지털 세계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인간이 밝혀낸 자연계의 원리들을 디지털 세계가 배울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디지털 생물학'(피터 벤틀리 지음, 김한영 옮김, 김영사, 1만4천9백원)은 생물학과 컴퓨터를 밀접히 결합시킴으로써 우리 삶과 과학기술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컴퓨터에 생물학의 연구성과를 응용함으로써 '디지털 생물학'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놓았다. 디지털 세계가 실재의 세계와 비슷한 법칙을 따르도록 소프트웨어를 만듦으로써 실재 자연과 유사한 '디지털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디지털 유전자, 디지털 면역계 등이 그런 사례다. 곤충의 생태를 컴퓨터에 응용한 디지털 곤충은 이미 컴퓨터 공학에 적용되고 있다. 곤충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이들이 집단을 이루면 고차원의 유기체로서 또 다른 형태의 지능을 보여준다. 예컨대 개미집단은 협력을 통해 계획, 분류, 의사결정, 최적화 등의 과제를 수행한다. 이같은 개미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 집단로봇, 나노로봇 등이다. 또 컴퓨터 이용자들을 바이러스와 해커들의 공격에서 지켜주는 탐지체계는 다양한 유기체들이 생존을 위해 수백만년 동안 만들어온 면역계를 응용한 것이다. 저자는 세계, 진화, 뇌, 곤충, 식물, 면역계, 성장 등의 주제에 따라 실제 생태계와 디지털 생태계를 비교하면서 인간의 뇌를 거치지 않은 문화와 과학기술이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