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경제특강'] '美 감세안과 경제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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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추진해온 감세안이 확정됐다.
당초 목표했던 규모의 절반 수준에 그치기는 했지만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모든 정책의 초점을 경기회복에 맞추고 있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기대를 거는 눈치다.
현 시점에서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를 추진하려는 데는 나름의 까닭이 있다.
미국의 금리수준이 경제여건에 비해 낮고, 따라서 금리를 더 내려봤자 효과가 종전만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은 거의 무력화 단계에 놓여 있는 셈이다.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대에서는 단순한 재정지출 또한 그만큼 민간지출을 위축시키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나타날 수 있어 재정정책을 동원하기가 여의치 않다.
달러약세 유도정책도 경기회복과 경상수지 적자 축소, 기업실적 개선 등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증시에서의 자본이탈을 초래해 오히려 미국 경기를 위축시키는 역자산효과가 나타날 소지가 있다.
더욱이 대외적으로도 다른 나라들이 달러약세에 반발하면서 세계 통화전쟁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어 쉽게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확정된 감세안은 미국 경제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론적으로 감세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공급중시 경제학(supply side economics)의 상징과도 같은 세율과 세수간의 관계를 그린 래퍼곡선(Laffer Curve)에서 세율이 최적조세율을 넘어 경제주체들이 부담을 느끼는 비정상적인 지대(abnormal zone)에 놓여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세금 감면에 따라 생산과 소비의욕이 고취돼 경기가 부양되고,세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현재 미국은 과거처럼 세율이 높아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측면이 더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감세를 추진하다간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우려가 높다.
무엇보다도 감세로 세수(稅收)가 줄어들면 미국의 재정사정이 더욱 악화될게 분명하다.
벌써부터 이번 감세안 통과로 올 회계연도에 재정적자가 4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감세로 늘어난 미국 기업들의 이익이 부시 정부의 의도대로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사내 유보될 경우 미국 경제 전체로 봐서는 총수요가 줄어들어 경기가 더욱 침체(crowding in effect)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체계도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감세로 재정수지가 악화될 경우 궁극적으로는 국채발행을 통해 늘어난 재정적자를 보전해야 한다.
이 경우 정책금리는 변화가 없다 하더라도 시중금리가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의회에 출석해 "재정적자가 늘어나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감세로 달성된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런 위험을 안고 있는 감세안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그만큼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기회복과 미국 국민들의 경제생활 안정이 절실한 반면 현 시점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의회 통과를 계기로 서둘러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감세안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내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느냐 여부로 귀착될 것이다.
성급한 판단인지 모르지만 감세안만으로 부시 대통령의 재선가능성을 50% 이상 주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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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 래퍼곡선 (Laffer Curve) : 미국의 경제학자인 아더 B 래퍼 교수가 주장한 세수와 세율간의 역설적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
세율이 높아질수록 세수가 늘어나는게 일반적이지만 세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근로의욕 감소 등으로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
이 곡선은 1980년대초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가 채택한 공급중시 경제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됐다.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