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사이트는 물론이고 일부 금융기관들의 데이터베이스(DB)나 핵심정보가 초보 해커들이 접근해도 1∼2분이면 뚫린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허울좋은 IT강국의 보안취약성을 여지없이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다중이 이용하는 포털사이트에서 개인정보가 흘러 나오면 다양한 경로를 타고 급속히 유통될 수 있어 그 피해는 쉽게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또 금융권 전산망이 공격당할 경우 거래내역이 변조되거나 조작될 수도 있어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3천만명의 회원정보를 보유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보안시스템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간단히 무력화될 수 있었고,일부 금융기관 사이트는 해커의 공격통로를 열어 놓은 것이나 다름없음이 확인됐다. 해킹 프로그램 없이도 PC가 인터넷에 연결만 돼 있으면 몇 번의 클릭으로 DB 접근권한을 얻을 수 있는 사이트도 널려있다니 인터넷 운영자들의 보안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보안이 이렇게 허술했다면 최근 잇따른 해킹사건들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달들어 인터넷 상품권 판매사이트와 인터넷 쇼핑몰이 각각 해킹으로 피해를 당했다. 국내 대표적인 결혼정보회사에 등록된 회원 28만명의 온갖 사적 정보들이 고스란히 유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일어났다. 얼마 전에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해킹을 당해 회원정보가 금융피라미드 사기메일에 이용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모두 예고됐던 사고들인 셈이다. 이것들은 그나마 신고 등을 통해 알려진 경우이고 드러나지 않은 해커의 공격은 이보다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이대로 가다간 해커의 무차별 공격으로 지난 1·25 인터넷 마비사태에 버금갈 제2의 인터넷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안전문가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라지만 한번 뚫리면 피해가 확산될 위험성 또한 세계 최고라는 얘기도 된다. 인프라에 부합하는 보안수준이 돼야 한다. 지난 1·25사태를 계기로 사이버공격 발생시 대응체제는 많이 논의됐지만 사전 예방전략도 중요하다고 본다. 시급한 것은 정보보호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일이다. 특히 다중이 이용하는 포털서비스 운영자나 금융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인프라 투자에 비해 너무도 소홀했던 정보보호 투자도 확대돼야 한다. 나아가 정보보호가 기술만의 문제는 아닌 만큼 인식이 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