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하고 있는 현금 부동산 유가증권 등 '자산가치'가 큰 이른바 자산주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종목에 대한 주가 재평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의 '미래' 수익성보다는 '현재' 갖고 있는 자산가치에 대한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증시 내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면서 현금과 부동산 등 자산이 많은 기업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 특히 최근 들어 생명보험사의 상장추진과 SBS의 거래소 이전 결의 등의 재료가 나오면서 CJ 신세계 태영 대한제분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보유 주식에 대한 재평가 현상 26일 거래소시장에서 CJ와 신세계 주가는 11.61%(6천원)와 2.26%(4천원) 상승했다. CJ는 4일째 급등세를 이어갔고 신세계는 3일째 강세다. 이같은 주가 강세 요인은 무엇보다도 삼성생명의 상장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생명의 지분을 보유한 이들 기업의 자산가치에 대한 재평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생명이 상장돼 주가가 30만원이 된다고 가정하면 CJ와 신세계는 4천8백억원과 8천억원의 평가차익을 얻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SBS의 주요 주주기업인 태영과 대한제분이 지난 23일 동반 급등한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태영은 이날 13.95%(5천3백원) 뛰어올랐고 대한제분은 8.92%(3천4백원) 상승했다. 26일에도 대한제분 주가는 7.35%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태영은 2.08% 조정을 받았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SBS가 지난 22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소로 이전키로 결의한 것과 관련이 깊다. 태영은 현재 SBS 주식 7백82만주(지분율 30.0%)를,대한제분은 1백44만주(5.56%)를 보유하고 있다. SBS의 현재 주가(4만7백50원)를 기준으로 할 때 태영과 대한제분이 갖고 있는 SBS의 주식가치는 3천1백87억원과 5백90억원에 달한다. 이는 두 회사의 시가총액(태영 3천3백8억원,대한제분 7백1억원)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강세를 보이는 자산주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세계경기와 국내경기의 장기 침체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식이라 할 수 있는 소위 '자산주'의 주가 재평가가 현재 증시의 커다란 테마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만호제강 세원화성 선창산업 동일방직 건설화학 삼환기업 고려제강 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 내외인 자산주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3월 저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날 고려제강 주가가 14.33% 급등한 것을 비롯 만호제강 4.78%, 건설화학 2.99% 올랐다. 특히 이들 자산주 가운데 일부는 최근 토지 등 기업 부동산을 매각,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사례도 생겼다. 자산매각으로 유입된 현금은 부채상환이나 이자수익 등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투자 여력을 만든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자문운용실장은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 등에서도 자산주 강세 현상은 최근 하나의 테마로 자리잡고 있다"며 "경제가 성장기로 돌아서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관심이 재부각되기 전까지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