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부동산 안정대책'이후 매수·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면서 '거래 공백'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가격도 얼마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급매물이 출현하는 등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상승세는 멈췄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또 정부의 의지가 강력해 조만간 집값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하는 중개업소들이 많았다. ◆강남권 재건축 잠실주공과 영동주공 등 그동안 강남권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저밀도지구 아파트들은 1주일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세청 단속을 피해 상당수의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은 데다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잠실동 중앙공인 관계자는 "국세청이 영업 자체를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집값을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속이 심하다"며 "이 영향으로 매수·매도자 모두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호가는 정부대책 발표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포동 에덴공인 김성일 대표는 "반포주공 3단지의 경우 아직 매물이 2∼3개에 불과하고 호가도 떨어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9·4대책'의 경험으로 봤을 때 조만간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개포동 강남공인 정창성 대표는 "개포동 주공 저층단지에선 강남구의 안전진단 완화방침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어 호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는 7월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남부 수원 화성 평택 용인 등 수도권 남부지역 중개업소들은 주말에 이어 26일에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정부 대책 이후 매물이 회수되고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이 소강상태를 맞고 있다. 용인 죽전동 창우현대공인 이해조 사장은 "거래가 잘 되다 5·23조치 이후 매수세력이 사라지면서 정체상태"라며 "관망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공급이 많아 분양권 거래가 활발했던 화성지역도 최근 들어 분양권 거래가 뚝 끊겼다. 태안읍 삼진공인 천명기 사장은 "국세청 단속에 겁이 난 가수요층이 내놨던 매물을 회수하고 매수자도 실종된 상황"이라며 "심리적인 위축으로 인해 가격이 1천만원 정도 하락하는 등 시장이 얼어붙을 조짐"이라고 밝혔다. 평택 오산 등지도 분양권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중개업소는 20여일째 휴업 중이다. 평택 포승면 R&D공인 관계자는 "다들 눈치만 보고 탐색중이어서 거래는 사실상 끊겼다"며 "정책이 실시되는 한 달 후에나 시장이 나름대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북부 최근 '현대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 '현진에버빌'(현진종합건설) 'LG자이'(LG건설) 등이 잇따라 공급되면서 분양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던 경기 북부지역의 경우 분양권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해 프리미엄(웃돈)이 어느 정도 붙었는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선 공인중개업소에서는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만 내놓고 있다. 의정부 호원동에 위치한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23일 당첨자가 발표된 동두천 송내 현대아이파크의 경우 분양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프리미엄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당초 예상됐던 1천만원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당초 1천만원 안팎의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양주에서 분양된 LG자이도 비슷한 상황이다. 양주 소재 J공인 관계자는 "LG자이의 경우 1차분 공급물량이 2천가구를 넘어서는 대단지인데다 청약경쟁률도 높았기 때문에 최고 2천만원까지 웃돈이 붙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며 "지금은 1천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이것마저도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