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이 같은 중도좌파 출신인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갈 것임을 예고,주목된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25일 취임식에서 "IMF 공공차관 도입을 추진하지 않으며,무리하게 외채도 상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 불가피'(야당시절)에서 '디폴트 불가'(취임식)쪽으로 입장을 급선회한 룰라 대통령과 외채처리 문제에 있어 상반된 견해를 보인 것이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또 '재정흑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4% 이상으로 맞추라'는 IMF의 긴축재정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 경제가 IMF 등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취임식에서도 "빈곤을 악화시키는 경우라면 국가의 부채를 갚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빌려준 돈을 받으려면 우선 채권자들이 국내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룰라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IMF 등과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금융시장을 급속히 안정시킨 것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치솟는 실업률(현재 20%선)을 의식,공공투자를 대폭 확대해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지지기반인 소외층을 겨냥,"향후 5년 동안 3백만가구를 건설하고 이를 통해 5백만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CNN방송은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공공투자 확대는 미국의 뉴딜정책과 유사하지만 10년 이상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어떻에 재원을 조달할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야당시절 줄곤 '빈곤층'만을 옹호하던 룰라 대통령이 취임 이후 오히려 금리를 인상한 뒤 "개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소외층을 달래고 나선 것과 대조적 접근이다.


룰라 대통령이 취임 직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한 반면 자칭 '신케인주의자'인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주요 산업의 국가개입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다른 횡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페소화 가치는 키르츠네르의 대통령 당선 이후 10일간 달러화에 대해 15% 급락,달러당 2천8백95페소까지 떨어졌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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