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을 명실상부한 하나의 국가로 만들기 위한 헌법초안이 27일 공개됐다. '유럽의 미래에 관한 105인 회의'가 15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내놓은 이 헌법초안은 EU를 대표하는 선출직 대통령과 외무·재무장관직 신설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초안에 따르면 국제 무대에서 유럽 전체의 공동이익을 대변하고 회원국들간의 이견을 조정할 EU 대통령은 전·현직 총리들을 대상으로 회원국 정상들이 선출하며,임기는 2년6개월이다. 초대 유럽연합 대통령으로는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유력시 되고 있으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물망에 올라있다. 초안은 대외정책과 관련,외무장관직을 신설하며 "회원국들은 EU공동의 외교 안보정책을 '유보없이'지지해야 하며 EU의 이익에 반하거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이라크전 당시 유럽연합 회원국간의 이견이 심각하게 표출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초안은 또 노동 및 사회 정책 등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권리 헌장을 채택할 것을 제의하고 있다. 그러나 EU의 명칭에 '연방(federal)'을 추가하거나 명칭자체를 '유럽합중국(United Europe)'으로 바꾸자는 제안은 영국의 강력한 반대로 제외됐다. 새유럽 헌법은 EU의 기존 체제를 대폭 개혁하고 법적 구속력을 강화함으로써 단일 국가에 버금가는 정치 경제적 공동체를 건설하는 게 목표다. 이 초안은 올 6월 그리스에서 열리는 EU정상회담에 제출되며,2004년 가을께로 예정된 각 회원국 의회 또는 국민투표에서 통과될 경우 2006년부터 정식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EU 내 작은 나라들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대국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최종 승인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