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대 대우자동차 회장 겸 법정관리인이 회사를 떠난다. 2000년 10월말 대우차 사령탑을 맡은 지 2년7개월만이다. 기아자동차와 대우자동차를 매각하는 등 한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해온 이 회장은 앞으로 대학 강단에서 자신의 실전 경험과 지식을 후학들에게 전수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27일 "최근 인천지법에 법정관리인 사표를 냈다"며 "GM대우차에 넘기지 않은 대우차 자산 정리작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여러 모로 부족한 사람이 회사를 맡아 많은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하고 협력업체들에도 물품대금을 충분히 지급하지 못한 일은 지금도 가슴 아프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회장은 "복잡한 해외자산 등의 문제로 대우차 매각이 기아차 매각에 비해 10배는 힘들었다"며 "모질고 독한 마음을 먹지 않았더라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동안 쌓인 피로로 지친 심신을 달래려면 적어도 6개월은 쉬어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다만 "기아차나 대우차나 끝내 문을 닫지 않고 매각할 수 있었던 것은 일생의 보람"이라며 "채권단과 근로자들이 고통을 분담해 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통 기업인 출신이 아니면서도 존폐의 기로에 선 대형 자동차업체들을 맡아 성공적으로 구조조정과 매각을 완료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언론사와 연구소에서 익힌 균형감각과 폭넓은 시야,특유의 뚝심을 앞세워 수많은 이해관계들을 무난하게 조정했다는 평이다. 때문에 참여정부 출범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 1순위로 거명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고향인 울산에서 교편을 잡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나 몇몇 서울 소재 대학에서도 초빙 요청이 들어와 있다.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던 중 자유언론 투쟁에 나섰다가 지난 75년 해고됐다. 그 뒤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원을 거쳐 42세의 나이에 미국 하와이대로 유학,3년만에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왔다. 지난 89년부터 98년까지 기아경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했고 98년에는 기아차 기획총괄 사장으로 취임,매각작업을 진두 지휘했다. 국민일보 주필,대표이사 사장 겸 발행인 등을 맡기도 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