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서울 수도권 충청권 등지의 중개업소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상당수 업소가 '부동산 투기'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중개업소들이 아르바이트생 수백명을 고용, 텔레마케팅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청약통장 대량 매집,미등기 전매,이중계약서 작성 등 탈법은 물론 대규모 탈세행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다. ◆ 전방위 조사 고삐 죈다 =국세청은 6월2일부터 각 세무서 조사과와 세원관리과 합동으로 부동산중개업소에 대한 사업자등록 조사를 벌인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중개업소가 사업자등록을 내고 사업을 하는지, 다른 사람의 자격증을 빌려서 하는지 등을 조사하게 된다. 전국 3만4천여개 중개업소 가운데 투기지역과 수도권 및 충청권 등 투기우려지역, 광역시 등에 소재한 1만4천여곳이 대상이다. 미등록사업자는 직권으로 등록시키고 사업기간 동안의 세금을 부과하는 한편 고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했으면 조세범처벌법 위반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이동형 중개업소인 '떴다방'에 대한 단속도 강화한다. 여러 세대를 청약한 사람이 집중적인 단속대상이다. 수표번호를 파악하고 자금출처 조사를 실시해 이들의 배후 세력을 찾아낸다는 방침이다. ◆ 인력 총동원 =국세청이 이번 부동산 투기 조사에 투입하는 인력은 모두 4천5백∼5천명선으로 추정된다. 국세청 조사인력을 모두 합쳐야 5천1백여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국ㆍ과장급과 전산조사 등 내부인원을 제외하면 조사 가능인력은 4천여명이다. 투기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다른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인원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부동산 투기현장에 투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조사가 불가능한 각 세무서의 세원관리과 직원까지 조사요원과 동행하는 형식으로 투입됐다. ◆ '국세청이 부동산청이냐' =국세청은 이같은 대대적인 단속으로 일부 주상복합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 거래는 일단 냉각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조사가 한두달 정도 지속되면 최근의 부동산투기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이 상시적으로 이같은 형태의 강도 높은 조사를 하는 부동산 비상대책기구로서 활동하기는 불가능해 장기적으로 효율성이 있는 처방인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