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아르헨이 바라는 대통령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네스토 키르츠네르가 25일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키르츠네르는 불과 22%의 득표율로 아르헨티나 대통령 자리에 앉았다.
어려운 나라에서 국권을 장악하려면 결정적인 득표율을 확보해야 했지만,카를로스 메넴 후보가 결선 투표를 포기함으로써 이마저 실현하지 못했다.
키르츠네르는 2001년 12월 페르난도 델 라 루아 전 대통령이 긴축 정책에 분노한 시위대에 굴복,사임한 이래 다섯 번째 대통령이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키르츠네르는 막중한 책임을 해낼 수 있을까? 키르츠네르 새 대통령은 전임자들이 남긴 실책들을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한다.
같은 페론당 소속이자 전임자인 에두아드로 두알데 전 대통령은 2001~2002년의 금융위기에서 국가를 구출해낼 원군으로 등장,현금으로 경제를 떠받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성장으로 연결시키는데는 실패했다.
그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어려운 결정들을 외면했다.
2001년 6백억달러 상당의 채무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하지만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전임자처럼 결정을 마냥 미루거나 돈 대신 약식차용증(IOU)을 뿌릴수는 없는 입장에 처해있다.
채권국들 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과도 힘겨운 협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6월로 만기가 도래하는 1백10억 달러의 채무는 긴급 이월된 상태이지만 1천6백억 달러의 대외 부채를 상환하는 문제를 놓고 IMF와 줄다리기를 해야한다.
상당액의 채무를 탕감받는 게 가능하다해도 외국의 신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재정흑자 목표를 GDP의 2.5%에서 4% 정도로 높여 엄격한 긴축운용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다가오는 각종 선거를 치러낼 정치자금이 거의 없고 정치적 영향력이 적다는 것이 새 대통령의 약점이다.
대통령 선거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두알데 전 대통령의 지지 덕분이었다.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은 법조계에 친구가 많아 부정이라도 저지를 수 있었지만 키르히네르는 사무실에 들어갔을 뿐,권력은 없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메넴이 탈락했다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새롭고 정직한 정치를 원한다는 증거다.
새 정권에서도 계속 봉사하게된 로베르토 라바냐 경제장관도 키르츠네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아르헨티나가 지난해 물가급등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은 라바냐가 지역 주지사들에게 긴축을 제때 요구했기 때문이다.
키르츠네르 신임 대통령은 라바냐 장관의 도움을 받아,중앙에서 돈이 새나가지 않도록 지방재정 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급선무다.
본거지 산타크루스에서 주지사로 근무했을 때의 전력을 보면,키르츠네르가 어떤 대통령이 될지를 예상하기는 힘들다.
사영 석유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법조계를 조종하려하는 아르헨티나 정치인들의 못된 버릇을 그 역시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나쁜 소식이다.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키르츠네르보다 메넴을 지지해왔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침착하지못해 우유부단한 델 라 루아를 연상시키며,시장 간섭을 좋아하는 중도 좌파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입증했듯이,경제정책을 책임감 있게 실행하고 철저하게 법을 집행하는 한 대통령의 이념적 성향은 경제 발전에 있어서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아르헨티나에 가장 필요한 것은,혼자 다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기 보다는 제도적 장치를 바로 세워줄 새 대통령이다.
국가가 새 대통령을 바란다는 것이 키르츠네르에게 주어진 기회다.
정리=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31일자)에 실린 "아웃 오브 파타고니아"라는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