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자유무역지역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불황과 중국 등의 성장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사양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이 빠져 나가는 대신 그 자리를 첨단기업들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마산자유무역지역 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이 지역에 입주한 업체는 13곳, 빠져 나간 업체는 11곳으로 물갈이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78년 5월 문을 연 한국씨티즌은 25년 만인 지난 2월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폐업했다. 한때 3천여명이 매달 12만개의 시계를 생산, 1억달러어치를 수출하기도 한 이 회사는 수주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수십억원의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저가 시계에 밀려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 앞서 독일계 선박용 엔진밸브 제조업체인 한국MWH도 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9월 문을 닫았다. FRP커버를 만드는 일본계 H사도 한때 1백만달러 이상 수출했으나 올들어 수주 물량이 크게 감소해 하반기께 폐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남지역 시민단체는 이같은 폐업이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대책위를 발족하고 활동에 나섰다. 대책위측는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20여개 사업장이 이미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매각 등의 수순을 밟고 있는 등 한국시장에서 점차 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새로 입주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중국과 미국회사가 합작 투자한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ME가 하반기 입주,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ME는 자유무역지역이 설치된지 33년 만에 처음으로 들어오는 중국계 업체다. 이 회사는 미국으로부터 자기공명촬영장치(MRI)와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 부품 및 반제품을 들여와 조립 생산해 중국 인도 동남아 등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당초 중국 입주를 검토했으나 마산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마산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창원공단 내 D금속 등 3개 업체도 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하기 위해 마산자유무역지역 관리원측과 협의하고 있다. 윤정규 관리원장은 "일본 제조업체의 70%가 공장 해외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며 "2005년까지 9만2천평을 추가로 개발해 전기와 전자 등 첨단 해외업체를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