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장률이 하락하자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지금이 정보화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보화시대는 변화와 경쟁의 시대다. 변화가 요구하는 개념은 자율이고,경쟁이 요구하는 개념은 책임이다. 자율과 책임을 우리는 시장경제원칙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경영의 원칙이고,그 전에 자연의 법칙이다. 왜 집돼지는 미련하고 멧돼지는 날렵한가. 멧돼지는 살든 죽든 광야에 내버려 뒀기 때문에 날렵해지고,집돼지는 먹여줬기 때문에 위기의식도 없고 미련한 것이다. 결국 자율과 책임의 시장경제원칙을 지킬 때 우리는 '기업가정신'이라는 생명력을 키울 수 있다. 주요경제문제는 자율과 책임 정신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체질이 약화돼 발생한다. 정부가 기업이 어려울 때 자율·책임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금융지원이나 공적자금으로 구제하는 이유는,경제에 큰 혼란이 온다는 등 정치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경제의 체질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번 카드채부실과 관련된 조치에서도 책임을 져야 할 카드회사 금융기관 및 정책담당자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지원한다면 계속해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고,경제 체질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보화시대는 우리가 모두 연결되고 관계가 심화되는 시대다. 각 경제주체가 관계를 통해서 자기문제를 해결하기 용이해졌다는 것으로,정부는 가능하면 경제문제에서 손을 떼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성장 물가 실업 등 거시경제의 안정을 위해 금융·재정정책을 갖고 경제에 개입한다. 그런데 경제정책은 본질적으로 규제와 보호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정신을 해치게 된다. 거시경제의 안정은 금융과 재정 등의 경제정책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기업가정신으로 뒷받침되는 미시적 역량에 의해 주어진다. 미국경제가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의 이자율 조정에 의해 좋아지고 나빠지는 게 아니다. 미국경제는 미시적 역량,즉 기업가정신으로 대표되는 경제의 기본(펀더멘털)이 좋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의 이자율 조정은 경기변동의 진폭을 조금 줄이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과 재정 중심의 거시정책은 거품을 낳고,거품이 꺼지면 부실을 낳고,부실은 정부개입을 초래한다. 거시정책에 과도하게 의존할 때 정부개입은 피할 수 없고,경제체질은 약화된다. 지금의 경기침체는 작년 가계대출 증가와 부동산의 활성화로 소비를 부추겨 우리의 역량에 비해 과도한 성장을 이룬 여파다. 전 세계적 불황 속에서 한국이 고성장을 이루었지만,기업의 경쟁력 제고로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에 거품이 꺼지면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거시적 안정보다 미시적 역량을 중시할 때,정부 역할은 기업가정신을 살리는 일이다. 인플레를 진정시키고 성장을 촉진하는 거시정책은 필요하지만,자율·책임이라는 시장경제원칙을 철저히 적용해 기업가정신을 살려야 한다. 거시정책은 필요조건이고,기업가정신은 충분조건이다. 선진국·후진국 차이는 시장경제원칙의 작동여부 차이이고,기업가정신의 차이다. 기업가정신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부터 나온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핵심은 시장경제체제다. 시장경제체제가 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 세금인하 노동시장유연성 그리고 개방경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규제개혁을 통해 정부 역할을 축소하면 재정지출이 줄게 되어 세율을 낮출 수 있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립적 노사관계다. 경영진이 비전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근로자들의 신뢰를 얻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말해주기도 하지만,노사문제에 법과 원칙을 적용하는 정부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가 보다 충실하게 법과 원칙을 지켜 나가려 할 때 대립적 노사관계가 협력적 노사관계로 바뀔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최근 현대다임러의 합작투자에서도 노사관계가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지적되는 것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IBM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을 많이 만드는 수밖에 없다. boohorho@ccs.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