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글로벌스탠더드로 가자] (8) '선진국…노사신뢰가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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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본사를 둔 대형 모터 사이클 전문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
이 회사 근로자들이 가입해 있는 양대 산별 노조인 국제 제지ㆍ화학ㆍ에너지 노동자 연맹(PACE)과 국제항공정비노조(IAMAW)는 노사 협의회와는 별도로 매년 12월 사용자 측과 별도의 정기 모임을 갖는다.
노사가 한햇동안의 경영 성과와 관련, 23개 항목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자리다.
근로자 경영 참여라든지 근로자 재교육, 경영 정보 공유, 직급별 보상체계 등 각각의 항목에 △회사의 일방적 결정(1점) △경영 전략 수행을 위해 불가피했던 결정(2점) △노사 공동 합의(3점)의 점수가 주어진다.
회사측은 지난 1995년부터 이뤄진 노조의 경영평가 결과를 경영전략 수립에 소중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근로자를 '경영의 동반자'로 간주하고 있는 이 회사 경영진의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지난 1960∼70년대 혼다, 야마하와 같은 일본 업체의 미국 시장 공략으로 부도 위기에까지 몰렸던 이 회사가 80년대 중반 이후 연평균 17%의 순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기사회생한 데에는 이같은 노사간 신뢰가 바탕이 됐다.
스티브 왓서 아시아 태평양 마케팅 담당 국장은 "경영 위기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얻은 값진 교훈은 '노사 신뢰'의 필요성"이라며 "노사 공동의 경영평가는 서로가 발전적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 위기를 노사간 신뢰로 극복한 사례로는 미국의 AT&T도 빠지지 않는다.
이 회사는 지난 84년 연방 정부의 기업 분할 명령으로 대규모 인원 감축이 불가피했다.
이에 노사는 '미래 작업장'이라는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노사관계 악화 과정에서 서로가 살기 위해선 노사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사측은 우선 근로자의 경영참여를 허용하는 한편 인력감축으로 인한 근로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사측은 80시간의 유급훈련과 직업박람회 개최 등을 통해 고용조정 대상자 2백50명 전원을 다른 회사로 이직시키는데 성공했다.
노조측도 조합원으로 구성된 현장자율 관리팀을 운영하는 등 자발적으로 작업방식을 변화시켜 생산성을 높였다.
노사간 신뢰 회복은 사용자 측의 전향적인 의식 전환이 먼저 이뤄진 기업에서 많이 찾을 볼 수 있다.
상생의 노사 관계 구축으로 유명한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켈러 회장은 언제나 종업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종업원을 채용할 때도 '채용(selection)'이라는 말보다는 하나의 가족으로 '입양(adoption)'한다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채용은 돈을 매개로 한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를 의미하지만 입양은 하나의 가족으로서 슬픔과 기쁨, 고통을 함께 나누어 가는 공동체를 의미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뉴욕에 있는 코닝사는 노사간 파트너십과 근로자참여를 통해 80년대 중반 밀어닥친 경영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이다.
이 회사는 위기가 닥치자 파트너십 노사협력프로그램을 추진, 협력적 노사관계를 맺으며 경영난을 타개해 나갔다.
회사가 추구한 파트너십의 핵심가치는 근로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그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을 권리의 인정이다.
또한 근로자들에게 회사의 비즈니스를 이해하도록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했고 개인의 창의성을 권장하며 잠재적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일본 기업중 최대의 순익을 냈지만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도, 경영참여 요구도 하지 않았다.
경영진은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근로자를 먼저 존중했고 이에 노조도 회사를 초일류로 키워온 경영진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메키 노무관리 담당 과장은 "도요타 노사 사이에는 많이 벌었다고 많이 요구하지 않고 시장이 나빠져도 해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공존하고 있다"며 "이같은 노사 신뢰가 오늘의 도요타를 있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사실 외국기업에선 노사간 신뢰가 절대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건 노조건 발을 붙일 수가 없다.
영국에는 아예 임ㆍ단협 문서가 없다.
노사가 말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기 때문에 문서가 따로 필요없다는 것이다.
유트레흐트(네덜란드)ㆍ도쿄(일본)ㆍ밀워키(미국)=김홍열ㆍ김형호ㆍ이정호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