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5가의 삼양사 본사 건물은 요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30년 전 첫 그룹 사옥으로 지은 이 건물은 칙칙한 벽돌색 외벽을 완전히 걷어내고 사방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로 새 단장을 하고 있다. "기둥 빼고 다 바꾸는 셈이죠." 회사 관계자의 말처럼 삼양사의 상징인 이 건물은 다음달이면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거듭난다. 바뀌는 것은 비단 건물만이 아니다. 삼양사는 내년 창사 8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꿈꾸고 있다. 보수적인 기업문화와 사업구조 등 소프트웨어도 과감히 바꾸는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통'과 '첨단'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CI(기업이미지) 작업도 진행 중이다. ◆친소비자 기업으로 변신 변신의 키워드는 '친소비자 기업'. 그동안 사업이 설탕 섬유 등 중간재에 치우쳐 왔기 때문에 기업 규모에 비해 일반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박소문 홍보실장은 "설탕회사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고 심지어 같은 이름의 라면회사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며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려가면서 기업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양사는 올초 식품 부문을 총괄하는 패밀리 브랜드로 '큐원(퀄리티 넘버원의 약자)'을 출범시켰다. 47년간 사용해 오던 대표 브랜드 '삼양설탕'을 버린 것이다. 창업 이래 처음으로 TV에 기업이미지 광고도 내보냈다. ◆종합화학·의약회사로 변신 사업 포트폴리오도 '기둥만 빼고 다 바꾼다'는 계획이다. 제당 등 전통업종을 '기둥'으로 삼지만 수익이 안 나오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한다는 구상이다. 대신 의약과 화학 부문을 강화,'종합화학·의약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것. 이미 수익성이 낮은 섬유의 비중을 대폭 낮췄다. 지난해 베트남의 직물공장 'SY텍스타일'과 염가공업체 'SY비나'를 청산했다. 국내 직물 염가공 계열사인 '삼양텍스'도 조만간 매각할 계획이다. 2000년 말에는 주력사업이었던 폴리에스터 섬유부문을 분리,SK케미칼과 합작투자해 '휴비스'를 세웠다. 삼양사는 의약 화학 식품 신사업 등 4개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의약 부문은 신약 개발보다는 이미 개발된 약품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약물전달시스템(DDS)을 개발,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붙이는 금연보조제 '니코스탑'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에 의약연구개발 회사인 '삼양리서치'를 설립하는 등 의약사업의 글로벌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미국의 광섬유 업체인 나놉틱스와 함께 '디지털 옵트로닉스'를 합작 설립,플라스틱 광섬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장운 경영기획실장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기업인수합병(M&A) 대상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의사결정도 신속히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을 들어온 기업문화도 과감히 바꾼다는 전략이다. 최근 대리와 차장 직급을 없애고 팀원→팀장→BU장→CEO 등 4단계로 이어지는 신속한 의사 결정구조를 만들었다. 또 젊은 직원들의 의견이 윗선까지 가감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C&C(체인지&챌린지) 보드'를 만들어 두 달에 한번씩 김윤 부회장과 과장 이하 직원들이 대화를 나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50대 과장이 수두룩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1970년대 재계 순위 10위권에서 지금은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삼양사. 과감한 변신으로 재도약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