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前경제수석 긴급체포‥현대상선 대출관련 부당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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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28일 밤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 등과 관련,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 등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로 이날 오후 11시35분께 이 전 수석을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 전 수석을 상대로 산은의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 직전인 2000년 6월3일 롯데호텔 조찬간담회와 이후 수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이근영 당시 산은총재에게 대출을 요청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와 관련, 이근영 전 총재는 이날 서울지법에서 열린 구속적부심에서 "이기호 전 수석의 말을 청와대 뜻으로 받아들였으며 대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민경제에 끼칠 영향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이씨 진술에 따르면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은 2000년 5월16일 박상배 당시 영업1본부장과 함께 산은 총재실로 찾아와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의 신뢰도가 급락하고 4월부터 대규모 대출금 회수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며 "긴급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씨는 "대우사태 여파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마저 무너지면 제2의 위기가 온다고 생각해 5월 18일 1천억원의 일시당좌대월을 실무자의 반대없이 해줬다"고 진술했다.
이후 같은해 6월 3일 이기호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이씨에게 "현대건설이 부도위기에 몰려 햇볕정책이나 남북관계가 어려워질수 있고 국내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 금융기관이 다들 나서기를 꺼리니 국책은행인 산은이 나서 시장불안을 해소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회의 직후 한광옥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화해 '조찬간담회 내용은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해주라'고 말했으며 국가위기를 고려한다면 그것이 지시나 협박이 아니라 업무협조 요청이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