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정상화 방안을 둘러싸고 두달여간 진행돼온 채권단과 SK그룹간 협상이 28일 결국 결렬됐다. 법정관리신청서가 법원에 제출되기까지 3일 정도의 시간이 있는 만큼 재협상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순 없지만 채권단과 SK그룹간 입장차이가 워낙 커 기대난이라는 게 협상실무자들의 의견이다. 특히 채권단이 이날 법정관리 신청을 하루나 이틀 정도 뒤로 미룬 것은 정부측 압력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재협상을 하더라도 채권단의 양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왜 결렬됐나 =SK㈜는 이날 오전 이사진 간담회를 개최하고 채권단이 요구한 국내 매출채권 1조원 출자전환에 대해 논의했으나 대부분의 이사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채권단의 요구대로 출자전환할 경우 손실도 손실이지만 이사들이 대주주와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고발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응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SK㈜의 출자전환 규모를 9천억원(국내 4천5백억원, 해외 4천5백억원)으로 하는 대신 SK글로벌을 향후 5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매출 18조5천5백억원, EBITDA(법인세ㆍ감각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5천4백억원의 우량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중기사업계획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적절한 규모의 출자전환이 전제되지 않은 자구안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해외매출채권의 경우 SK글로벌 본사의 채무가 아닌 만큼 채무재조정 대상이 아니며 출자전환도 불가능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결국 채권단은 이날 SK가 갖고 온 9천억원 출자전환 방안은 해외매출채권을 제외할 경우 4천5백억원만 출자전환하는 내용이라고 평가했으며 이는 채권단이 최종 양보안으로 제시한 1조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법정관리신청 미룬 이유는 =재협상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실제론 정부측 압력 때문이라는게 채권단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채권단은 이날 SK측 정상화방안을 통보받은 직후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소집했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즉시 청산형 법정관리에 들어가자는 주장이었고 대부분의 운영위원들은 이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조흥 신한 산업 등 일부 은행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 은행은 법정관리 신청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절차상의 문제 등을 집중 거론했다. 여기에 정부 고위관계자의 직접적인 메시지도 채권은행장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경제적으로 파장이 큰 문제인 만큼 시간을 좀 더 갖고 결정해달라"는 요청이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당초 계획을 접고 법정관리 신청결정을 다음 회의로 미뤘다. 채권단 관계자는 "결정을 연기한 이유가 채권단 내부 계산이 아닌 정부측 압력 때문이었던 만큼 채권단측이 물러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정부측에서 중재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