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수업'을 계기로 영화제작에 대한 안목을 넓힌 차 사장은 90년대 후반들어 제작자로서 성공 반열에 오른다. 그는 감독의 예술적 감각과 프로듀서의 역량을 조화시켜 영화의 부가가치를 한단계 높였다. 김성수 감독의 '비트'(97년),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97년),민병천 감독의 '유령'(99년)등은 모두 부가가치를 높인 작품들이다. 그는 편집과 심리 묘사에서도 기존 영역을 뛰어넘었다. 정우성이 주연한 아웃사이더의 성장드라마인 '비트'는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과 짧은 장면연결 편집으로 긴박감을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과잉감정으로 몰아가는 기존 멜로물과 달리 주인공들이 감정을 절제함으로써 관객들의 심금을 크게 울렸다. 자신감을 가진 그는 '무사'와 '화산고'등 제작비 6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블록버스터에도 손을 댔다. 다른 한국판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참패했던 것과 달리 그는 부가판권과 수출로 소폭의 이익을 남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 영화제작사에 족적을 남길 정도가 된 그는 이 즈음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게 된다. 2000년 3월께였다. 차 사장은 통합커뮤니케이션업체 로커스의 김형순 대표를 만나게 된다. 그는 영화제작사의 기업화,콘텐츠의 멀티유즈화,엔터테인먼트의 산업화라는 그림을 제시했다. 말하자면 기존의 영화사업에서 한 걸음 나아가 종합엔터테인먼트사업을 해 보겠다는 구상이었다. 거기다가 문화시장 개방을 앞두고 일본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의 국내 진출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고 김 대표는 동의했다. 이로써 탄생한 기업이 싸이더스다. 영화사업(우노필름)을 주력으로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매니지먼트,인터넷극장,방송·애니메이션 음반사업을 아우르는 종합엔터테인먼트사업체다. 자본금은 80억원,직원수는 2백73명이었다. 지분 55%를 지닌 로커스의 김형순 대표가 사장을 맡고 차승재는 사업본부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야심찬 계획과는 반대로 현실은 힘겨웠다. 정보기술(IT)시장이 예상처럼 빠른 속도로 성숙되지 않았다. 방송 애니메이션 스포츠스타 매니지먼트 등 신규 사업들은 실패로 끝났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영화 '행복한 장의사''플란더스의 개''킬리만자로'등도 잇따라 참패했다. 적자는 눈덩이처럼 부풀었다. 당시 구상했던 사업규모는 4백억원정도였지만 가진 돈은 자본금 80억원이 전부였다. 벤처붐이 시들해 지면서 투자자들은 아무도 더이상 거들떠 보지 않았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사업본부장이 제게 과분한 직책이었습니다.경영을 해본 적이 없었고,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동원하는 능력도 부족했거든요.저는 로커스의 경영진과 싸이더스 직원들로부터 2년간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아야 했습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