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신화'를 이뤘던 지난해 한ㆍ일 월드컵 당시 거리응원에 나선 연인원은 2천만명을 넘었다. 전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쏟아져 나와 거리를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였다. 월드컵 직후 축구열기는 전국의 그라운드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최단기간(42경기) 1백만 관중동원, 하루 최다관중(12만3천1백89명) 동원 등 각종 기록을 세우며 K-리그의 인기는 치솟았다. 월드컵 스타인 김남일 송종국 이영표 박지성 등의 인기를 업고 여성팬들까지 급증하면서 한국 축구의 르네상스를 맞았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난지 2~3개월이 지나면서 축구에 대한 열기는 식기 시작했다. 경기당 평균관중은 7월 2만5천8명으로 정점에 달했다가 8월 2만1천9백74명, 9월 1만4백50명으로 줄었고 10월엔 경기당 평균 5천6백40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5월말 현재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1만7백29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월드컵 열풍으로 경기당 1만2천명의 관중을 기록했던 수원의 경우 올 들어서는 평균 6천명으로 절반이나 줄어든 상태다. 월드컵의 거품이 빠지면서 국내 프로축구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축구 관중 급감의 주원인은 월드컵을 통해 갑자기 높아진 축구열기를 수용할 만한 장ㆍ단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이 꼽히고 있다. 월드컵 이전 10개이던 프로축구 구단은 현재 대전과 광주의 합류로 12개 구단으로 늘어나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도 서울을 연고로 한 팀은 창설되지 못하는 등 인기몰이를 할 수 있는 발판이 없는 실정이다. 월드컵 태극전사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 국내 선수층이 얇아진 것도 축구열기가 가라앉은 원인으로 지적된다. 축구관계자들은 월드컵 1주년을 맞아 냉정한 시각으로 한국축구의 현실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프로축구의 지속적인 인기유지를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싸늘하게 식어있는 팬들의 마음을 쉽게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