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매각작업에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엄연히 주무부처가 있는데 청와대가 나서는 것도 이상한 일이거니와 자칫 조흥은행 처리문제에 정치논리가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노조를 상대로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대화를 하겠다는 그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대화의 형식과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는 않는다고 하나 청와대가 전면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논리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매사에 청와대가 나선다는 것은 주무부처를 불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주무부처의 자율적인 정책판단 기능을 마비시켜 효율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주무부처의 정책판단이 설 땅을 잃게 만든다. 정치논리에 휘둘려 조흥은행 매각이 전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화물연대와 철도파업 NEIS에 이르기까지 갈등현장에 어김없이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면서 주무부처의 정책논리를 뒤집고 노조의 손을 들어 주는 수순을 밟아 왔다는 점에서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대화의 내용도 문제다. 정부 보유 조흥은행 지분매각은 엄밀히 말해 노사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에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면 말이 대화지 사실상 민영화 여부에 대해 노조와 협상하는 모양이 될 게 너무나 분명하다. 특히 노조측에서는 2000년 총파업 당시 이용근 금감위원장이 독자생존을 보장하는 이면합의를 해주었고,노무현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노조간부와의 회동에서 독자생존을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부 스스로가 원인제공을 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마당에 대화를 해보았자 솔직히 무슨 실익이 있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조흥은행 매각문제는 은행산업 발전과 공적자금 회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다. 결코 노조와 협상해서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고위정책 당국자, 특히 대통령이 노조와 이런 문제를 협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원칙없는 일이 반복돼서는 국가기강이 확립될 수 없다. 따라서 청와대는 정치논리에 입각해 조흥은행 민영화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주무부처가 은행산업 발전과 공적자금 회수 등 본연의 정책판단에 따라 이 문제를 처리하도록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