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이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김재수 전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 3명을 30일 동시 소환키로 함에 따라 특검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 3인방은 지난 98년 고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 이후 현대측이 중점을 두고 추진해왔던 대북사업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대북송금 경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로 꼽혀왔다. 특검팀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2000년 6월 전후로 이뤄진 대북송금이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이뤄진 것인지, 현대의 대북사업이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민간기업의 투자로 이뤄진 것인지 여부를 규명한다는 복안이다. 특검팀은 이들 현대 경영진 3명을 상대로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대한 4천억원 대출 무렵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청와대 인사에게 남북경협사업을 내세워 현대그룹에 대한 대출이나 지원을 청탁했는지 여부 등을 대질신문을 통해 집중 조사키로 했다. 특검팀은 특히 정 회장이 지난 2월 "대북송금이 결과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 대북송금이 회담에 대한 대가로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정 회장 등 조사를 통해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 당시 이기호 전 수석 등 청와대 고위인사들이 현대그룹에 대한 대출 및 지원, '대북송금' 과정 등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불법대출의 연장선이 아니라 또다른 뿌리를 찾기 위해 정 회장 등을 소환한 것"이라고 언급, 대북송금 의혹 전반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특검팀은 또한 남북교류협력법과 외국환관리법 등의 공소시효(3년)가 다음달 초 완성된다는 점 때문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관련자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이번 조사로 DJ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대북사업을 주도하고 있던 현대에 편승해 몰래 돈을 송금했다는 의혹의 핵심을 규명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 등 과정에서 이근영 당시 산업은행 총재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로 28일 밤 긴급체포한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해 30일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전 수석이 불법대출 혐의로 구속된 이근영씨의 공범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검토를 거쳐 영장에 이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