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유혈사태 종식 노력의 일환으로 팔레스타인 주둔군의 단계적 철수와 여행 금지 해제, 장기수 석방 등을 약속해 중동평화협상 전망을 밝게해주고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는 29일 밤(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중동평화 로드맵 이행을 위한 협상을 벌여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양측 관리들이 전했다. 나빌 아므르 팔레스타인 공보장관은 "이번 회담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이스라엘 측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일부 호의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샤론 총리는 이날 협상에서 팔레스타인 이슬람 단체들의 무장해제와 테러 중단,테러리스트 검거, 불법 무기 압수, 폭력 선동 중단, 평화분위기 조성 등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압바스 총리에게 요구했다. 그는 이 같은 조치들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가자 및 서안 지역 주둔 이스라엘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켜 팔레스타인이 독자적인 안보를 책임지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그는 팔레스타인 통제 지역에서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생명위협이 나타나고 팔레스타인이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군은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행동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6개월 전 서안 북부 나블루스에서 체포된 타이시르 칼레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과 폭탄 운반 혐의로 27년 동안 복역 중인 팔레스타인인 최장기수 아흐메드 즈바라 아부 수카르를 석방하겠다는 약속도 제시됐다. 그는 또 과거 2주 동안 폐쇄했던 서안을 개방하고, 2만5천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인 노동자들의 이스라엘 진입을 허용하며, 팔레스타인 지역에 설치된 로드블록을 제거할 것이라고 제의했다. 그는 이어 팔레스타인이 테러를 중단한다면 임시정부를 거쳐 완전한 독립국가를 보장해주자는 미국의 제의에 따라 당장 협상을 시작하고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군대를 철수, 팔레스타인에 안보책임을 이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빌 샤아드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우리는 서안 및 가자 지구 안보를 책임질준비가 돼 있다. 하마스를 비롯한 이슬람 단체들과 휴전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는 성공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총리실은 회담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협상은 진지하고 유익했다. 양측의 로드맵 수용은 내주 이집트와 요르단에서 열리는 중동 정상회담에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양측은 접촉을 계속, 로드맵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매우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회담이이뤄졌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양측 지도자들은 또 다음 달 4일 요르단에서 조지 W. 미국 대통령이 참가한 가운데 열릴 예정인 3자 회담 종료 후 로드맵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합의했다고 팔레스타인 총리실 관계자가 말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 앞서 압바스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권 인정을 이스라엘에 요청하고, 샤론 총리는 무장단체 소탕 계획을 고집할 것으로 예상된 점에 비춰이 부분에 대한 이견이 얼마 만큼 해소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샤론 총리는 회담에 앞서 한 TV방송과 회견에서 팔레스타인이 향후 독립국가를 건설할 경우 수도로 생각하고 있는 예루살렘에서 결코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정부 관계자는 "예루살렘은 중동 평화 협상에서 핵심 내용이다. 성지 예루살렘이 없다면 어떠한 평화도 없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스라엘은 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소탕과 테러시설 파괴라는 구절이 로드맵에 포함돼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점도 향후 중동평화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9일 "팔레스타인이 휴전을 선언한다면 테러리스트와 테러시설을 무장해제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며 하마스를 비롯한 과격단체의 무장해제 여부가 양측이 풀어야 할 현안임을 피력했다. 미국 주도의 중동평화를 강력 지지하고 있는 요르단은 압바스 총리가 테러를 중단시키고 이스라엘과 분쟁을 해소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지원해야할 것이라고 전세계에 호소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29일 탱크를 동원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강철화살 수천 발을 발사해 팔레스타인인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의료 소식통들이 전했다. (예루살렘 AP.AFP=연합뉴스)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