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채권단 관계자들 사이에 요즘 '비둘기파' '매파'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관심을 끌고 있다. 자구안을 협상하다 보니 SK경영진의 의견이 양분돼 있음이 간파된다는 것. 비둘기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SK글로벌을 살리려는 쪽이고 매파는 계열사간 독립경영을 강조하며 채권단측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쪽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협상의 주요 고비마다 이들간의 대립이 항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협상 대표를 맡고 있는 비둘기파들은 금방이라도 타결될 수 있는 수준의 제안들을 가져오지만 이후 매파와의 조율을 거쳐 내놓는 공식제안은 크게 후퇴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단의 분류에 따르면 대표적인 비둘기파는 김창근 SK㈜ 사장과 정만원 SK글로벌정상화추진본부장,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 등이다. 김 사장과 정 본부장은 채권단과의 협상 창구 역할을 맡아 'SK글로벌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이다. 최 부사장도 최태원 회장의 의중을 일일이 확인하며 때론 채권단을 직접 찾아가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매파 경영진은 SK㈜에 집중돼 있다. 일부 언론은 Y전무를 선봉장으로 보고 있으나 채권단은 H씨를 지목하고 있다. 때문에 채권단은 H씨에 대한 재산조사까지 했다. 이들 매파는 SK글로벌을 무리하게 지원하다간 우량회사인 SK㈜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며 "SK㈜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SK㈜는 예전부터 초우량 기업이었던 만큼 SK글로벌에 도움을 줬으면 줬지 부실을 전가한 게 없다는 논리로 '대주주 책임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채권단 관계자는 "유공(SK㈜의 전신) 출신들이 대다수인 SK㈜는 그룹 소속감이 다른 계열사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둘기파와 매파의 대립은 감정싸움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비둘기파 쪽에선 "최 회장이 석방되고 그룹이 정상화되면 매파들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소리에 아랑곳없이 매파는 갈수록 강성 기조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 채권단측 분석이다. 채권단은 물론 비둘기파가 주도권을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비둘기파가 이겨야 채권단이 원하는 만큼 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채권단이 최 회장 조기석방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나 최근 협상 결렬 선언 직후 최 회장 '엄벌요청서'를 내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게 채권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