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BMS제약에 다니는 기혼여성들은 아침 시간에 '전쟁'을 치를 필요가 없다. 늦어도 10시까지 출근하고 하루 7시간30분만 일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유연근무제' 덕분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도 시간이 남는다. 이 회사가 '기혼여성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또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주부사원은 한달에 한번 아이 학교 배식당번 때 임시휴가를 쓸 수 있다. 출산휴가도 파격적이다. 90일 출산휴가 전기간 동안 정상급여가 지급된다. 제왕절개 수술비도 1백% 지원된다. 올해부턴 분유도 1년간 공짜로 먹일 수 있다. 주부 스트레스의 원흉인 추석 등 명절도 10일 가까이를 쉴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넘길 수 있다. 여자들만 행복한 게 아니다. 남자들도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프로그램'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가족과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3주간 휴가를 준 것이 대표적 예다. 2백9명인 전임직원 가운데 차량을 지급받지 않은 사람은 입사연차가 짧은 30여명에 불과하다. 영업사원(1백50명)과 팀장급 이상 간부들은 퇴사전까지 자가용을 살 필요가 없다. 회사가 차를 사주고 기름값을 대준다.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자기계발 지원이다. 연간 2백50만원 한도내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다. 학원을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미혼여성의 경우 배낭여행 경비로 쓰기도 한다. 복지예산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지만 과도한 영업행위를 금지한 모회사(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퀴브)의 원칙에 따라 골프나 술접대에 쓰일 수도 있는 돈이 복지예산으로 바뀌어 사원들이 혜택을 보는 것 뿐이다. 실제 경영성적의 경우 출범 초기인 2000년 3백4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01년 6백38억원,지난해 8백81억원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초기 투자도 마무리돼 지난 2001년에는 11억원,작년에는 60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 프로그램'은 어찌보면 '집안에 골칫거리가 없어야 회사일도 잘할 수 있다'는 상식에 기초한 것이지만 일터와 가정을 엄밀하게 구분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아직 뿌리내리기 어려운 제도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서로 믿는 신뢰요 먼저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다. 생일에 출근한 사원을 "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돌려보냈다. 그것도 잘 지켜지지 않자 아예 생일에는 의무적으로 휴가를 쓰게 했다. 이 회사가 10명 인턴 모집에 1천7백명이 몰리고 제약업계 최저수준인 5.9%의 이직률을 기록하고 있는이유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