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제품으로 명품에 도전한다.' 시계 안경 도자기 분야를 선도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명품 생산과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고소득층의 경우 불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받기 때문이다. 시계업체 오리엔트(대표 강춘근)는 '파라오'를 내놓고 고소득층 공략에 나섰다. 사각 문자판 양쪽에 다이아몬드와 큐빅을 여러줄 박은 화려한 제품들로 남성용 다이아몬드 제품의 경우 최고가격이 2백90만원에 이른다. 판매도 기존 유통채널 중에서 엄선한 1백40개 전문점에만 공급하고 있다. 파라오는 지난달 첫 출시 이후 한달여 만에 출고량의 85%가 판매돼 4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강춘근 대표는 "44년에 이르는 시계제조 경험을 토대로 고급품 도전에 나섰다"고 말했다. 오리엔트 관계자는 "롤렉스나 오메가 등 해외 명품과 비교할 때 품질은 전혀 뒤지지 않으며 다만 브랜드이미지를 제고하는 게 세계적인 명품으로 도약하는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안경업체 서전(대표 육동창)은 6월 초 30대 후반부터 50대를 겨냥한 럭셔리 보석안경테 '플라이어-베타'를 출시한다. 최고급 아세테이트와 초경량화된 티타늄 소재를 사용했고 루비와 사파이어 등 화려한 색상의 보석류로 장식했다. 가격은 28만원정도다. 15만원 수준인 기존의 자사제품과 비교하면 아주 고가인 셈이다. 가을에는 50만∼60만원대의 안경테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회사는 최고 품질의 안경생산을 위해 상당수 정밀금형을 일본에서 수입해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금형은 안경테의 정밀도를 좌우하는데 미크론 단위의 정밀도 유지를 위해 이같이 투자했다. 육동창 대표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전문모델을 기용해 차별화된 인쇄광고물 제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 2천30개 가맹점을 중심으로 한정된 물량을 내수시장에 공급하고 수출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육 대표는 "서전 안경테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독일 및 일본 제품들과 품질이 비슷하다"며 "이미 몇몇 해외 명품업체인 R사 등으로부터 주문자상표로 주문을 받았으나 고유브랜드 육성을 위해 정중히 거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자기(회장 김동수)가 최근 선보인 고급선물용도자기 '프라우나'는 국내·외 고가시장을 겨냥한 커피잔세트와 꽃병이다. 이들 제품의 디자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도자기업체로 꼽히는 영국의 로열덜톤과 웨지우드 출신의 디자이너들을 활용했다. 예술성과 실용성이 결합된 이 제품은 작은 커피잔 한개가 10만원,커피잔 뚜껑 컵받침(3피스)은 10만원 후반에서 20만원,커피주전자는 30만원 수준이다. 선별된 유명백화점과 한국도자기의 일부 매장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프라우나를 총괄하는 김영목 상무는 "특수주문 제작한 가구와 인테리어로 백화점 매장 분위기를 차별화시키고 직영점 내에는 프라우나만을 위한 별도의 '숍-인-숍'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도자기는 세계적인 도자기명품업체인 독일의 빌레로이앤보흐와 미국의 레녹스에 주문자상표로 수출하고 있어 이들 업체와 품질이 동등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고유브랜드 수출을 확대하려면 더욱 창의적인 디자인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도자기는 청주 공장에 있는 디자인연구소를 통해 연평균 1백여건의 신규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중소기업의 명품도전에 대해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연구원은 "구매력이 높은 고소득층은 경기침체의 영향을 덜받고 명품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게 특징"이라며 "이들을 겨냥해 명품생산에 나서는 중견·중소기업들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