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日기업인도 정부정책 '맹공'.. 산자부장관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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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로즈룸.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의 강연을 듣기 위해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일본 기업인 1백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날 행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윤 장관이 주한 일본 기업인들에게 투자유치 정책을 설명하고 양국 경제현안에 대한 일본기업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
그러나 일본 기업인들은 윤 장관의 강연이 끝나자마자 외국인 투자기업과 노사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에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은 "혼네(本音)"라해서 자신들의 속마음을 좀처럼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내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
그러나 이날 일본 기업인들은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각오라도 한 듯 신랄한 비판을 끊임없이 터뜨렸다.
윤 장관은 날카로운 지적이 빗발치자 "부끄럽다","실무진에게 물어서 대답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다카스기 노부야 서울재팬클럽 이사장 겸 한국후지제록스 회장
한국 정부가 내세우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정책은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인프라 정비,인센티브 제공 등 정부에서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내세우는 정책들은 너무 틀에 박혀 있고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대내외 유치도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외국기업의 유치활동만 신경쓰지 말고 투자한 뒤 배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두산중공업 사태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깼으며 화물연대 파업 해결 과정에서도 공정성이 결여된 결정을 해 매우 실망했다.
이같은 사건은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중시켜 동북아 허브 구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조문제는 정부의 외자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공평한 노사관계 구축을 부탁한다.
◆에비나 후미미치 미쓰비시전기 한국지점장
노조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화와 타협' 원칙은 좋은 접근 방법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1983년 미국에서 일본 자동차가 불태워질 정도로 노조운동이 과격할 때 미 국무부 프로젝트에 참여,미국노동총연맹(AFLCIO)을 방문해 "개별 사업장의 파업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곳 관계자는 "우리는 국가 경제 발전과 미국전체의 일자리 증가,풍요로운 수입 확보 등이 목적이므로 개별 기업의 운명 등 미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며 "정부와 산업계가 국가 전체의 산업발전을 생각해 보조를 맞춰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패러다임 시프트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히라타 가즈오 일본무역진흥회(JETRO) 투자고문
일본 기업의 대한 투자 유치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서울과 일본을 오가며 유명 호텔에서 앞다퉈 외국기업투자 유치 설명회를 여는데 있어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기획이 반복되고 시간 낭비가 심해 참석자들에게 폐를 끼칠 정도다.
한국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이런 소모적인 투자회 개최에 낭비하지 말고 다양한 형태로 유치활동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산자부에서 발행하는 한국 외국인직접투자(FDI)보고서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매달 나오다 그 이후에는 세달에 한번 나온다.
투자가 불리하면 자료를 내지 않고 유리할 때는 계속 내보내는 식이다.
다른 부분도 이런 식이 아닌지 의문스럽다.
◆고가 가즈마사 도쿄미쓰비시은행 한국지점장
한국은 과감한 금융개혁과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IMF위기를 훌륭히 극복했다.
일본내에서도 한국을 배워 과감하고 신속하게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등 경제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SK글로벌 사태와 개인채무 증가,신용카드 문제 등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를 겪으면서 과연 교과서라고 여겼던 한국의 개혁이 제대로 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단기간에 IMF를 극복하고 경제 성과를 냈다고만 말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질적인 개혁을 실시,마지막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점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모리노 히토시 도레이 한국 대표
일본투자자들이 한국 투자를 검토할 때 반드시 물어오는 것이 노사문제다.
이는 일본뿐 아니라 다른 외국기업에서도 나오는 문제다.
즉 한국의 노사관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증거다.
한국 정부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시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작은 개선은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산자부에서는 노조문제가 노동부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외국인 투자유치에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인 만큼 산자부에서 주도권을 쥐고 노사관계의 근본적인 시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쿠다 기요다카 에스원 사장
현재 2명의 주재원이 있는데 연내 연구진 4명이 추가될 계획이다.
한국에 주재하는데 가족들이 불편함을 호소한다.
특히 교통매너는 일본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거리를 활보하는 오토바이와 버스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주재가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규범을 지키는 사회를 만들어달라.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