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moon@y-k.co.kr 필자가 어렸을 때 서울은 오늘의 강북이 거의 전부 다였다. 인구도 1백만명이 넘지 않았다. 전차가 대중교통 수단이었고 저녁 시간이면 도로변마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전차에서 내릴 아버지를 기다릴 겸 아이들은 대로변에서 놀 수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공기는 상쾌했다. 많은 실개천들이 마을마다 흐르고 있었다. 자하문 밖 계곡,삼청동 계곡,성북동,정릉 계곡 할 것 없이 시냇물과 식물과 잠자리,나비,새가 있었고 어린애들은 잠자리채가 필수품이었다. 이런 서울에 산업화의 물결이 휩쓸면서 인구가 늘어 작은 집(소위 하꼬방)들이 달동네를 이루며 산에 들어섰다. 도로가 부족했던 서울로서 청계천 복개는 여러모로 '살 길'이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청계천 등 복개된 습지나 하천 등은 이제 교통·경제적 기능보다 반생태적,반환경적,반문화적 역기능이 크게 문제되어 마침내 오는 7월부터 헐리게 되었다. 몇 년간 불편할 줄 뻔히 알면서도 많은 서울 시민들은 마치 막혔던 물꼬가 터진듯 철거에 찬성하고 있다. 내친 김에 35개 지천과 한강 등 습지의 복원과 천만평 이상의 녹지 확충도 이루어져 서울의 공기가 숨 쉴만하고,서울의 거리가 다시 걸을만해 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한편 서울 밖에서는 4대 종교의 성직자들이 3보 1배의 고행을 하며 새만금 갯벌을 떠나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 서울로 왔다. 그 중 한 분은 두 번씩이나 실신하여 응급실 신세를 졌다. 이 분들은 왜 생명을 걸고 고행을 하는 것일까? 까닭은 청계천의 거의 5백배가 넘는 새만금 갯벌이 간척에 의해 주변의 호수와 강,바다,산이 함께 죽어갈 것을 염려하는 때문일 것이다. 엄청난 환경 재앙과 경제적 손실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해도 이 간척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해당 지역에서 간척만이 경제 낙후를 면할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을 벌여야 할 때이다. 미래 자산인 새만금 갯벌도 네 분 성직자도 살리면서 전북 지역이 진정 '살 길'을 함께 찾아야 한다. 새만금 갯벌은 누가 보나 세계적 희귀 천연자원이자 천혜의 자연 생태계 보고다. 잘 지키면 그 자연 경관과 조류 서식처 기능만으로도 우리 미래 세대 최대의 자랑스럽고 소중한 관광.교육.문화자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