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시내 모 빌딩에서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저녁 8시가 지나도 식당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화제는 노무현 대통령으로 옮겨 갔다. 한 사람이 "노 대통령이 서민들의 대통령이라면서 취임 후 한번도 시장통을 들러 보지 않았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시장을 찾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이 시장에 나오면 경기가 좋아집니까." 합석했던 A씨는 "대통령이 아니라 누가 오더라도 시장 분위기가 쉽사리 살아날리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와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느낄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학원을 나와 음식점을 하는 B씨도 "과거 대통령들의 시장 나들이가 정치적 요식행위로 이용됐던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민 대통령이 시장을 찾는다고 해서 정치적 쇼로 받아들일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리 있게 들렸다. 사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나름대로 해법을 내놓았던 노 대통령이 경제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말을 아껴온 것도 사실이다. 미국 방문 전 TV토론에서도 "경제는 전문가인 경제부총리 등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피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도 기억났다. 진짜 궁금해졌다. 도대체 그는 왜 시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다이얼을 돌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몇 차례 시장에 나가야 한다는 건의가 있었지만 대통령께서 안가겠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과거 대통령들처럼 형식적인 자리에 참석해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싫어하는 대통령의 성향 때문이리라는 짐작이 갔다. 그러나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지금까지 경제 장관들이 보여준 안일한 경제인식이 어쩌면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무관심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어려운 경제를 어깨에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의 모습을 시장에서 보고 싶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출세한 친구'가 내 어려움에 관심을 갖고 함께 나누는 데 무슨 메시지가 필요하고 의미있는 토론이 필요한 것일까.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