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발(發) 집값 하락세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광명 동두천 오산 화성 평택 등 수도권 주요지역에서 지난달까지 관망세를 보이던 집주인들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완전히 끊긴 채 매도문의만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5.23대책 직전에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됐던 동두천과 양주 일대 아파트는 실제 계약률이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프리미엄(웃돈) 실종"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단기간 집값 상승폭이 컸던 수도권 재건축아파트 시장에서는 급매물이 쌓이고 있어 추가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분양권 시장도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다음달 투기과열지구지정을 앞두고 있는 경기지역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분양권 매물이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광명시 지난 4월 말 투기지구 지정과 함께 한달새 5천만원까지 호가가 급등하며 매물을 찾아볼 수 없었던 광명시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1천만~2천만원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하안동주공1단지 13평형은 지난달보다 2천만원이 내린 2억1천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찾는 수요자가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3단지 13평형도 1천5백만원이 하락한 2억3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인근 부동산랜드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집값이 한달새 5천만원이나 폭등했으나 지금은 거래없이 매물만 늘어나고 있다"며 추가하락 가능성을 점쳤다. ◆경기 동북부 지난달 30일 계약을 마친 동두천 송내지구 '현대아이파크'(4백24가구)는 계약률이 70%대에 머물렀다. 지난달 14일 1순위 청약에서 35평형이 16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되는 등 청약열기가 달아올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아파트의 초기 프리미엄은 2천만∼2천5백만원까지 형성됐으나 현재는 1천만∼1천2백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조한 계약률 탓에 추가하락도 불가피하다는 게 인근 부동산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동두천 생연지구에서 분양된 '현진에버빌'의 분양권에도 처음엔 5백만~7백만원의 웃돈이 붙었으나 지금은 웃돈 없이 분양가에 매물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비슷한 시기에 2천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10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양주 'LG자이'의 분양권 역시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프리미엄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구리 토평지구의 아파트 매매가도 대부분 1천만원 안팎 하락했다. 5·23대책 발표 이전에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남양주에서는 분양권 매물이 지난달 초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수도권 남부 행정수도 및 미군부대 이전과 지하철개통 등을 재료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렸던 오산 화성 수원 등 경기 동남부 지역의 열기도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지난해 8월 분양돼 프리미엄이 5천만원까지 치솟았던 오산시 수청동 수청역 인근 우미이노빌스 34평형의 프리미엄은 4천만대로 하락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가수요가 사라지면서 로열층 매물도 골라서 살 수 있을 정도"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신규 아파트가 대거 공급된 화성지역은 두산 한신 등 기존 아파트와 신창 우남 등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권 호가가 5백만원 이상 내렸다. 병점리 신창랜드공인 한형숙 사장은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거래는 한산하다"며 "이러한 소강상태가 한 달 정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용인지역에서도 짙은 관망세 속에 분양권값을 5백만원가량 낮춰 팔려는 매도 희망자가 늘고 있다. ◆수도권 서북부 신도시 결정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김포 파주 일대의 아파트매수세가 뚝 끊겼다. 매수자가 없어 일선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김포 파주 지역은 지난 5월8일 신도시 결정 이후 분양권 프리미엄이 50∼1백% 급등한 대표적인 과열지구였다. 1천만원 안팎이던 웃돈이 불과 보름 사이에 3천만∼5천만원대까지 가파르게 상승할 정도였다. 하지만 5·23대책 발표 이후 매수 희망자가 급감하고 있다. 특히 높은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사들인 매입자들 사이에서 '상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내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겹치면서 급매물까지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초까지 2억원을 호가하던 김포 사우지구 월드메르디앙 3차 32평 아파트는 1억8천만원대까지 떨어졌으나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김포 풍무지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거래가 전혀 성사되지 않고 있다"며 "다음달 초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가격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민.김형호.송종현.김진수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