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100일] 삐걱대는 '시스템' :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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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토론, 시스템….
취임 1백일(6월4일)을 맞는 '노무현 정부'의 '키워드'는 이 세가지로 압축된다.
국무회의와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 각종 국정과제회의 등 주요 회의에서는 끊임없이 토론이 벌어진다.
특히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는 노 대통령의 토론과 대화는 이전에 접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이는 때로는 국민들에게 신선함을,때로는 충격을 안겨줬다.
이 과정에서 공직사회 인사와 여러 국정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한 새로운 국정 시스템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대화와 토론을 바탕으로 타협과 원칙이 동시에 국정원리로 내세워지면서 새 시스템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했던 이전 방식에 공무원들이나 국민이 익숙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행정경험이 적은 '아마추어'들이 요직에 포진해 일을 제대로 처리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를 대신해 각 장관과 부처가 제대로 일을 처리하도록 시스템화하는데 6개월에서 1년정도 조율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노 대통령은 다양한 행보로 새로운 대통령상(像)을 모색해 왔다.
국회를 찾아가 국정연설을 했고(4월2일), 사상 초유로 평검사들과의 대화(3월9일)로 한바탕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장관ㆍ차관ㆍ비서관 연찬회를 열어 '언론개혁'의지 등 속마음도 거침없이 내쏟았다.
형식보다 말의 내용이 한층 충격적인 때도 많았다.
"막 가자는 거냐"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 "개판" "완전히 백수"와 같이 여과되지 않은 말이 쏟아졌다.
노 대통령의 말은 국정의 난맥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교육부가 전교조의 요구를 수용,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 유보를 발표하던 날(5월26일) 노 대통령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강조하고 있었고, 바로 다음날 부정적인 여론으로 들끓을 때도 "합의는 잘된 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처럼 다변(多辯)으로 인해 한ㆍ미정상회담을 위한 첫 방미 이후 노 대통령은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진보세력 및 젊은 층으로부터도 적지 않은 공격을 받았다.
새로운 대통령상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 내부에서도 보였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 정례 보고를 없앴고 △고위 공직자 및 정부산하 단체장 인사때 추천-발탁-검증 등을 거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처럼 권위주의를 스스로 탈피하려는 노력은 적잖은 부작용도 드러냈다.
화물연대의 파업과 그에 따른 물류대란, 전교조 연가투쟁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먹히지 않았다"고 노 대통령 스스로가 밝히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최대의 민원현장인 새만금개발사업 현장에 타부처 장관들이 몰려가는가 하면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 말과 달리 "불법이라도 정당하면 들어줘야한다"(5월27일 권기홍 노동부 장관)는 말이 거침없이 나온다.
권위주의가 청산되고 있다고 청와대가 자평하는 다른 한편에선 '국정 컨트롤 타워의 부재'와 "대통령의 정당한 권위마저 무너져, 위기 상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