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마스터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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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 스토리'가 수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 건 1970년이다.
가난하지만 똑똑한 제니가 부잣집 아들 올리버와 결혼, 고생 끝에 겨우 행복해질 즈음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이후 멜로드라마의 '백혈병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불치병이던 백혈병은 그러나 72년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의 도널 토머스 박사가 조혈모세포 이식에 성공하면서 치료되기 시작했다.
적혈구와 백혈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는 줄기세포의 일종이다.
줄기세포(Stem Cell)란 신체의 각종 특정세포로 분화되기 전의 세포로 만능세포라고도 불린다.
수정란이 생긴 지 5∼6일 뒤부터 생기는 배아줄기세포와 신체 각 부분에 잠재돼 있는 성체줄기세포로 나뉘는데 조혈모세포는 성체줄기세포에 속한다.
98년 미국 위스콘신대 톰슨 박사가 배아줄기세포의 분리ㆍ배양에 성공하면서 줄기세포 연구는 세계 각국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가 됐다.
미국의 경우 배아줄기세포 추출에 따른 윤리적 문제가 커지자 2001년 8월 60여가지 줄기세포주(줄기세포가 계속 분열하게 만든 것) 연구에 한해 연방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는 비상책을 내놓았을 정도다.
줄기세포를 지휘하는 '마스터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는 줄기세포가 뭘로 바뀔지 몰라 우연에 의존해야 했지만 앞으론 마스터유전자를 이용, 필요한 세포만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 가능하진 않아도 생명공학 발전속도를 감안할 때 멀지 않은 시간에 이뤄지리라는 전망이다.
줄기세포 연구에 관한한 우리나라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탯줄혈액에서 배아 줄기세포와 다름없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하는 기술도 개발됐고, 줄기세포를 이식해 심장을 고치는 동물실험에도 성공했다고 들린다.
줄기세포 연구는 피하거나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닌 듯 보인다. 중증심부전 치료법은 심장이식뿐이지만 이식에 필요한 심장은 턱 없이 부족하고 다른 장기 역시 마찬가지인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세포를 조작해 뼈와 살 장기를 멋대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온다는 게 왠지 두려운 건 너무 소심한 까닭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