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미술작가로 거듭나다..천안 (주)아라리오 김창일 회장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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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대표적 기업인 ㈜아라리오의 김창일 회장(52)은 사업가에서 전업작가로 직업을 바꾼 이색 기업인이다.
아라리오는 천안 고속터미널 사업을 기반으로 천안 시내 요지인 신부동 일대에 직영 멀티플렉스와 갤러리아백화점 임대 등을 통해 연간 1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견실한 기업이다.
사업이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추자 김 회장은 지난 4월 사실상 사업 일선에서 물러난 후 요즘에는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제 명함엔 아직 아라리오 회장으로 돼 있지만 생활은 전업작가입니다.
1주일에 다섯시간 정도만 경영에 참여하고 나머지 시간은 작품 제작하는 데 쏟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오는 7월말 천안의 명물인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업가이지만 해외 미술시장에선 'Ci Kim'으로 통하는 '큰손'이다.
소장품이 2천점을 넘는다.
몇년 전 2백50만달러를 들여 구입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비롯해 아르망,키스 해링,이사무 노구치,앤디 워홀 등 해외 유명작가의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Pop-thru-out'전에 출품된 팝아트작 50여점 중 앤디 워홀,바스키아,조지 시걸의 오리지널 작품 등 절반이 그의 소장품이다.
20년 이상 지속해 온 그의 컬렉션은 질적인 면에서 'A급' 수준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사업이 어려울 때도 비싼 작품을 구입하는 저를 보고 남들은 미쳤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전국의 모든 시외버스터미널이 망했지만 저의 기업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차이는 우리 기업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김 회장이 일궈낸 멀티플렉스 백화점 아라리오갤러리로 이어지는 신부동의 '조각공원'은 국내외 유명 조각품들을 직접 대할 수 있는 국내에서 흔치 않은 예술 명소다.
전시장에 놓아야 할 값비싼 조각품 50여점을 거리에 상설 전시해 일반인이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어느 미술품 애호가도 할 수 없는 결단이었다.
그의 인생 목표는 두가지다.
'제2의 삼성미술관'을 건립하는 것과 미술사에 남을 작가가 되는 것이다.
갤러리 옆에 10년 정도의 장기목표를 갖고 뉴욕 'MoMA(현대미술관)'와 같은 미술관을 만들 계획이다.
컬렉션의 질은 '삼성미술관 수준'을 유지하되 방향은 현대 미술이면서 촉망받는 젊은 작가 위주로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회장은 3년 전부터 하루 여섯시간 이상 작업에 매달려 왔다.
미술 교육을 받은 적도 없지만 그가 제작한 작품은 웬만한 전업작가도 흉내내기 힘들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
김 회장은 자신의 변신에 대해 "문화의 절대적인 가치를 믿기 때문"이라며 "문화에 대한 투자가 기업 발전에 큰 보탬이 된다는 점을 많은 CEO들이 모르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