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酒精)을 만드는 업체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진로가 제3자 매각 방식으로 외국회사에 팔릴 경우 주정업계의 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정 납품 관행과 관련이 있다. 국내 소주회사들은 국산 주정보다 값이 30%쯤 싼 수입 주정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데도 국산 주정을 95% 이상 쓰고 있다. 현행 주세사무처리 규정상 주정은 수입 제한이 없는 품목이어서 수요자인 소주업체들은 마음만 먹으면 값싼 수입 주정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주정 재료인 고구마 감자 쌀 보리 생산 농민과 11개 주정 제조회사(1개는 수입사),주정 중간판매회사 등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년간 국산 주정을 써왔다. 주정 제조회사들은 국산 주정의 54%를 쓰는 진로가 외국회사에 넘어갈 경우 이같은 보호막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외국회사가 된 진로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수입 주정을 쓰겠다고 나서면 막을 재간이 없다는 것. 주정 제조업계는 이렇게 되면 매출이 급격히 줄고 주정 판매회사들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한 주정 제조회사 관계자는 "주정을 생산하기 위해 매년 초 농협과 대규모 농산물 매입계약을 체결한다"면서 "수입 주정이 몰려오면 국내 주정업계 기반이 무너질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주정은 고구마 감자 등 전분질 원료에서 추출한 순도 높은 알코올과 물이 섞인 소주 원료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