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미국인들 '집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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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한시간 가량 올라 가면 '우드베리'라는 초대형 아울렛이 있다.
1백개 이상의 이른바 명품 브랜드를 비교적 싸게 살 수 있어 미국인들은 물론 외국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최근들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쇼핑인파에 놀랐다.
지난 메모리얼데이 연휴 때는 아울렛 입구 훨씬 전부터 길이 막히기 시작했고,주차하는 데만도 1시간 이상이 걸렸다.
경기침체와 테러가 맞물린 최근 몇년간 못본 풍경이었다.
미국은 지금 테러경보가 상당한 위험을 예고하는 '오렌지'로 격상돼 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 밖으로' 나서고 있다.
언제 전쟁을 치렀고,'오렌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잊은 듯하다.
쇼핑센터뿐 아니라 극장 체육관 도서관 놀이시설 등에도 사람이 몰리고 있다.
미국인들이 집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없다.
그러나 실내 체육시설 회원수가 올들어 10% 가까이 늘어났고,도시 근교의 농장을 찾는 사람들도 비슷한 비율로 증가했다는 데서 바뀐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안방 극장'에 눌려 관객이 줄어들던 '진짜 극장'들도 활기를 보이고 있다.
집 주변 식당을 이용하는 인구는 물론 방과후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 수도 늘어나고 있다.
주말 교회에 나가는 인구도 크게 늘었다.
맨해튼 파크애브뉴에 있는 연합감리교회의 빌 실러디 목사는 "연중 가장 큰 행사의 하나인 지난 부활절 예배에 참석한 신도수가 지난해보다 두배가량 늘어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2,3년간 정체상태를 보였던 골프인구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가정이란 둥지에 묻혀 있던 미국인들이 둥지 밖으로 나오는 일종의 '부화'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처음은 아니다.
베이비 붐 세대들이 집을 장만했던 80년대와,닷컴붐으로 실내 고급화에 주력했던 90년대 말에도 '칩거에서 부화'로 이어지는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신난 곳은 기업들.'애플비'라는 식당체인이 전국적으로 '마을 영웅뽑기'행사를 벌이는 등 기업들은 벌써 집 밖으로 나오는 고객을 잡기 위해 재빨리 행동에 들어갔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