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불황기. 이런 때는 제조업체가 직영하는 이월상품 상설할인매장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직영 할인매장들은 대개 나온 지 1,2년 된 이월상품을 정상가보다 30∼70% 싸게 판다. 1,2년 새 디자인이 많이 바뀌지 않는 정장이나 구두 같은 품목은 이월상품이라도 신상품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제조업체 직영 할인매장의 경우 가맹 할인매장과 달리 상품의 종류와 사이즈가 다양하다. 또 일반 아울렛매장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구두상품권이나 자체 상품권으로도 물건을 살 수 있다. 점포의 크기나 서비스의 질도 직영점이 대리점보다 우수하다. 흠이 있다면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곳이라서 점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섬 대치동 FX매장 토요일인 지난달 31일 오후 5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뒤편에 있는 아이보리색 건물. 20대나 30대로 보이는 여자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이 건물은 여성복 전문업체 한섬이 직영하는 할인매장 FX. 한섬의 간판 브랜드인 타임 마인 시스템 SJSJ 등과 입점 브랜드 8개 등 모두 13개 브랜드의 패션상품을 판매한다. 이 건물 1층부터 3층까지는 의류매장이고 4층은 미용실이다. 1층 마인 매장. 점원이 고객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고객 김윤영씨(26·회사원·서대문구 신촌동)는 주홍색과 흰색 블라우스를 살펴보더니 주홍색을 집어든다. 김씨는 "매장이 넓고 쾌적한 데다 가격도 저렴해 한 달에 한 번꼴로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김씨가 고른 블라우스는 출시된 지 1년된 '1년차'로 값이 정상가의 절반이다. 한섬이 대치동에 FX매장을 처음 연 것은 지난 95년. 김재섭 매니저는 "요즘은 다르지만 개점 직후엔 지방에서도 손님이 찾아왔다"고 설명한다. 한섬은 대치점이 성공하자 직영 할인매장을 하나씩 늘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 명동,부산 광복동,인천 신포동,고양 덕이동 등 5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한섬 FX매장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오전 10시30분부터 저녁 8시30까지 영업한다. ◆에스콰이아 성수동 할인매장 지하철 뚝섬역 뒤편에는 에스콰이아 상설할인매장이 있다. 에스콰이아 본사 사옥과 붙어있는 2층짜리 점포는 에스콰이아가 직영하는 유일한 할인매장이다. 아울렛 거리에 있는 에스콰이아 대리점들과 달리 구두상품권으로도 물건값을 치를 수 있다. 신상품도 함께 팔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1층에서는 이월상품,2층에선 신상품을 판다. 일요일인 지난 1일 오후 6시. 회사원 이영철씨(48·성동구 성수동)는 아내과 함께 매장에 나왔다. 설에 들어온 구두상품권으로 아내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서다. 이씨는 "백화점보다 매장이 넓고 제품이 다양해 구두 살 때는 이곳으로 온다"고 말했다. 성수동 매장의 박봉기 주임은 "에스콰이아 영에이지 비아뜨 소르젠떼 등 에스콰이아에서 만드는 모든 브랜드 제품을 판다"며 "특히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곳 역시 연중무휴로 오전 10시30분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문을 연다. ◆제일모직 구로아울렛 이코노샵 옛 구로공단 아울렛 거리 한복판에 눈에 띄는 매장이 있다. 제일모직이 직영하는 '이코노샵(econo shop)'. 로가디스 아스트라 지방시 라피도 등을 취급한다. 스포츠의류도 팔지만 주력은 남성정장이다. 매장 면적은 1백20평으로 넓은 편이다. 매장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어 주말이나 휴일이 아니면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다. 이코노샵에서는 주로 나온 지 2년 된 '2년차' 이월상품을 판다. 그러다보니 할인율이 70∼80%나 된다. 가령 40만원짜리 로가디스 수트가 12만원에 나와 있다. 김태민 이코노샵 점장은 "물량이 넉넉해 매월 판촉행사를 할 수 있다"며 "행사 품목은 5∼10% 정도 추가로 할인된다"고 설명했다. 김 점장은 또 "양복 특성상 2년 지난 이월상품이라 해도 신상품과 거의 다를 바 없다"며 "저렴한 가격에 고급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이코노샵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