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까지만 해도 평당 3천3백만원에 매물로 나왔던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 이면도로에 있는 카센터 터(4백평)가 최근 평당 4천만원으로 값이 뛰었다. 한 달 만에 평당 가격이 7백만원이나 오른 셈이다. 이처럼 강남 등 서울 주요지역의 개발가능한 자투리 땅 가격이 최근 급등하고 있어 부동산개발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빠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에서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땅의 가격이 최근 들어 20%가량 급상승했다. 땅 주인들이 정부의 '5·23대책'으로 인해 아파트 등 주거시설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주상복합과 오피스텔 등을 지을 수 있는 대체시설지의 땅값을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중견업체인 D사 임원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토지값으로 인해 공급 위축과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얼마나 올랐나 강남구 역삼동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인근 상업지(4백80평)는 평당 5천2백만∼5천4백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한 달 전보다 5백만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이처럼 주거시설로 개발 가능한 곳의 땅값이 20∼30% 정도 오른 곳이 수두룩하다. 개발업체인 S사 관계자는 "오늘 부른 가격이 가장 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부르는 게 값이어서 내일이면 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과 수도권 일반주거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평당 1천4백만원이던 서초동 주거지역은 현재 평당 2천3백만원에도 사기 어렵다. 3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또 송파구 방이동 석촌호수 주변 준주거지역 땅 7백평은 평당 1천6백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일주일 만에 25% 상승했다. 평당 3천1백만원에도 거래가 되지 않던 강남구 대치동 삼성역 인근 상업지역 땅 2백여평은 정부 대책 이후 4천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강남 지역뿐만 아니다. 강서구 염창동 소재 1천3백여평 준주거지역은 평당 1천2백만원이던 매매가격이 최근 1천6백만원으로 올라섰다. ◆왜 오르나 수급 불균형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재건축아파트 후분양,관리지역(옛 준농림지)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으로 주택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지주들은 희소성을 바탕으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5·23대책' 발표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더욱 커져 땅주인들이 주상복합과 오피스텔로 개발 가능한 토지를 비싸게 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틈새상품이 바로 소규모 주상복합과 오피스텔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인상 뻔해 집값 상승 우려 땅값이 오르면 분양가도 그만큼 상승한다. 땅값이 10% 오르면 분양가는 최소 3∼5% 인상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땅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5% 이상의 분양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땅값 상승으로 분양가가 오를 경우 이는 기존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땅값 상승→분양가 인상→기존 주택가격 상승→땅값 상승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지값 상승은 분양가 인상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며 "분양가 상승은 기존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 1∼2년 내 다시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