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대기업 투자해야 中企ㆍ서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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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로 취임 1백일을 맞는 '노무현 정부'의 향후 국정 핵심과제는 경제살리기로 가닥이 잡혔다.
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가 바닥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경기침체기의 최대 희생층인 서민들의 생활안정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서민생활의 가장 큰 적은 부동산값 폭등"이라며 "기필코 잡아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 경제인식 변했나 =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서민ㆍ중산층 생활 활성화'를 내세워왔지만 서민층의 가장 큰 애로점인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보여왔다는 평을 받아왔다.
북핵문제, 한ㆍ미관계 강화, 잇따른 파업사태, 대통령 주변 인사 의혹 등 화급한 국정현안이 계속 발생한 탓도 있지만 "경제에 직접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MBC TV 심야 토론프로그램에 출연, "대통령이 인기를 의식해 경기에 직접 나서는 것은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기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미리 준비한 '기자 회견문'을 통해 "국정의 중심은 경제안정"이라며 앞으로는 경제문제도 직접 챙겨 나갈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경제를 운용하는 사람에겐 경제철학이 있다"며 "시장시스템을 유럽형(사회주의 전통과 요소가 강한 시장경제)으로 할 것인가, 미국형(시장자율 기능이 강조되는 자본주의)으로 할 것인가, 또 복지부문의 지출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은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큰 가치지향에 있어선 방향과 원칙이 있어야 하며 장기적 비전도 (대통령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당장 발등의 경기문제를 해결하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경제운용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금리를 낮추라, 추경을 얼마로 하라, 투자촉진법을 바꾸라고 일일이 나서면 경제가 잘못될 수 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고려를 하면 경제가 나빠진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금리 추경 SK문제 카드채 등 '각론'은 전문가에게 맡긴다는게 변함없는 원칙이라는 것이다.
◆ '대기업은 투자주체' =취임 이후 노 대통령의 인식에서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이 기업관.
경제 5단체 및 주요 그룹 총수들과 연거푸 만나면서 관계도 매우 좋아졌다는 평이다.
이날 회견에서도 이같은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최근의 행보가 대기업에 치우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은 투자가 필요하며, (투자) 여력이 많은 집단이 대기업"이라고 단언했다.
또 "경기를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하는데 대기업이 많이 투자해야 중소기업 가동률도 올라간다"며 앞으로 경제난을 풀어나갈 전략도 소개했다.
청와대의 한 측근은 "지난달 미국 방문 및 그 이후 20여일 동안 대기업 총수들과 세차례 만나면서 이같은 현실 인식을 한층 확실히 한 것 같다"고 전했다.
◆ 부동산값 안정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국정현안과 과제에 밀려 경제여건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대응이 다소 안이했다는 지적도 듣고 있다"며 "이 때문에 1백일 회견에서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2일 국회 국정연설에 이어 두 달 만에 "부동산 폭등세는 기필코 잡겠다"고 재천명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대국민 약속이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이 그동안 몇차례의 정부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여전히 고공행진을 한다는 점.
따라서 이번 다짐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할 경우 노 대통령은 국정수행 능력에 심각한 흠을 내면서 앞으로 국정을 이끄는 리더십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