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누적된 많은 사회갈등의 분출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질책과 비판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저와 정부의 잘못도 적지 않았음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잘못은) 고쳐 나가겠지만 이 변화의 길을 포기해서는 안되고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취임 1백일, 지지율 50%대로 역대 정부 가운데 초반의 '인기'가 가장 낮게 조사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가장 큰 이유는 '대화와 토론'을 기본으로 하는 국정운영의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날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맞춰 대통령비서실의 정책실(실장 이정우)에서 내놓은 '참여정부 1백일 성과와 향후 중점과제'라는 보고서에는 이같은 문제점과 상황인식이 부분적으로 나타나 있다. ◆ 정부 내부 반성과 비판 =이 보고서는 '반성ㆍ비판이 제기되는 정책'으로 △일련의 노사문제와 교육정책 △부동산 가격안정과 중산층ㆍ서민생활 안정 등 민생안정이 미흡했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누적된 사회갈등의 일시적 분출에 따른 대응이 미흡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노사문제를 꼽았다. "노사문제에 대하여 지나치게 노동계 입장을 수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잘 알고 있다"고 정책실은 명시했다. 이와 함께 "두산중공업 분규, 철도파업, 화물연대 집단행동 과정에서 정부의 대처방식에 원칙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있다"면서도 당시 선택의 불기피성을 조목조목 해명했다. 정책실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실시를 둘러싼 교단갈등 확산의 문제점도 인정한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설치로 교육개혁과 갈등을 해소해 나가겠다는 일정을 새로 밝혔다. 이밖에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신용불량자 3백만 돌파, 청년실업자 36만명 등으로 서민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주택시장이 불안하다는 점도 미흡한 정책으로 지적됐다. ◆ 향후 역점추진 8대 과제 =정책실은 이런 인식에서 역점추진 과제 8가지를 제시했다. 첫째가 서민ㆍ중산층 대책강화와 빈부격차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 둘째는 5ㆍ23 대책만으로 끝내지 않고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이어 △금융 및 시장개혁 지속 추진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과 평화번영 정착에 주력 △대화와 타협을 통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확립 △공기업 구조개혁 합리적 추진 △국가 비상대응 시스템 구축 △21세기 국가비전 실현에 주력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1백일 동안 정책성과로 △인사와 정부 시스템의 변화로 새로운 국정문화가 정착됐고 △한ㆍ미간 협조체제 강화로 대내외 불안요인이 해소됐으며 △국회와 야당 존중의 협력정치가 구현된 것은 잘된 점이라고 자평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