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금융시장은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물경기는 여전히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우선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본격적으로 매수에 가담하면서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일 종합주가지수는 훌쩍 650선에 다가섰다. 그러나 실물경기는 갈수록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불황과 침체의 파고가 오히려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자진해서 사업을 포기하는 중소업체들이 줄을 잇고 가동률은 IMF 불황의 한복판이었던 지난 99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백화점 매출이 5개월째 줄어든 가운데 내구소비재의 대표주자인 자동차는 작년 동기보다도 적게 팔리고 있다. 금융시장의 열기가 실물경기 회복을 지원할 것인가, 아니면 침체된 실물경기가 금융시장의 열기를 다시 냉각시켜 갈 것인가. 양분되고 있는 금융과 실물경기 흐름을 종합 진단한다. ----------------------------------------------------------------- 중소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만큼 어렵다는 하소연이 엄살만은 아니라는 게 각종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업의욕 저하. 이로 인해 재기의 원동력마저 꺾이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 업종 구분없는 추락 가동률 하락은 거의 모든 업종의 공통된 현상이다. 4월중 가동률은 전 업종이 정상 가동률인 80%를 밑돌았다. 특히 섬유제품(63.4%), 출판ㆍ인쇄 및 기록매체복제업(65.5%), 가죽ㆍ가방 및 신발(67.0%) 등 12개 업종은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기계설비의 3분의 1 가량을 세워놓고 있는 셈이다. 규모별로는 종업원 50명 미만 소기업은 67.2%, 중기업은 74.1%를 각각 기록, 작은 기업일수록 가동률이 낮았다. ◆ 문닫는 중소기업 급증 자금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하는 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기협중앙회의 올 1∼5월 부도어음(공제기금 1호) 대출금액은 총 93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33% 증가했다. 공제기금은 거래업체의 도산으로 어음이 부도처리돼 어려움을 겪는 업체에 대출해 주는 자금이다. 따라서 이 자금의 대출이 늘어났다는 것은 곧 도산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도산업체는 크게 늘고 있는 반면 창업은 위축돼 부도법인 대비 신설법인 배율은 2년3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8대 도시의 신설법인은 3천30개, 부도법인은 2백40개사였다. ◆ 더 큰 문제는 자발적 폐업 반월ㆍ시화공단 등 주요공단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에는 공장매물이 늘고 있다. 반월공단 내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공단별로 10여건의 공장이 매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시화공단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주위에서 왜 아직도 제조업을 하느냐고 묻곤 한다"고 말했다. 인력부족에 친노조정책, 산업정책에 대한 비전제시 미흡 등이 중소기업인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고 중소기업인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인력난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기협이 파악한 중소기업의 생산직 인력부족률은 12.2%(20여만명)에 이른다. 게다가 중소기업인들이 반대해온 주5일 근무제와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대해 정부가 여전히 추진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사업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영수 기협 회장은 "두 제도가 시행되면 중소기업은 비용부담이 늘어 경쟁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인들이 의욕을 가질 수 있는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치구ㆍ이계주 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