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왼손잡이 마이크 위어가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된 데 이어,지난달에는 PGA투어 HP클래식에서 역시 왼손잡이인 스티브 플레시가 우승컵을 거머쥐자 왼손잡이 골퍼들은 환호했다. 골프클럽과 골프연습장,교수법이 모두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돼 있어,이들 선수의 승리는 불편함을 감수해온 왼손잡이 골퍼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골프장에서는 그렇다 해도 왼손잡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사못을 돌리는 방향,냉장고의 문,문고리,전화 수화기 등이 모두 오른손잡이 위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른손으로 악수하는 관습도 불편하기 이를데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왼손잡이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왼손에 대한 편견이다. 왼손잡이라는 단어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잘못된''삐뚤어진''서투른'등의 부정적 의미 일색이다. 영어에서도 '왼손잡이 서약(left-hand oath)'은 지킬 의사가 없는 서약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왼손에 대한 편견은 대단하다. 왼손잡이는 '짝배기'등의 비어로 지칭되고,"왼 고개를 젓는다""왼 새끼를 꼰다"는 부정이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뜻한다. '좌천(左遷)'이라는 말도 왼쪽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이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이같은 사회풍조에도 불구하고 왼손잡이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유전적인 요인이라기 보다는 그 아이가 자라는 환경 탓이라고 하는데 나라에 따라 5∼20% 정도의 왼손잡이가 있다고 한다. 잘 알려진 왼손잡이로는 아인슈타인 뉴턴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각 방면에 부지기수로 많다. 최근에는 미국의 레이건 부시 클린턴 대통령이 잇따라 모두 왼손잡이였다.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왼손잡이에 대한 배려가 전무한 형편이어서,여야 의원 24명이 어제 왼손잡이를 위한 지원법을 마련,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 법이 발효되면 공공시설 등에 왼손잡이용 물품 설치가 의무화될 것이라고 하는데,왼손잡이들의 불편이 다소나마 해소되고 부질없는 편견도 불식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