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 시기를 2년이나 앞당기며 승승장구하던 르노삼성자동차가 출범 후 첫 시련을 맞았다. 불황의 여파로 내수 판매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기대를 모았던 SM3도 점차 힘이 딸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의 지난 5월 판매대수는 9천5백52대. 지난해 5월의 1만4백40대에 비해 8.9%나 줄어든 수치다. SM5 단일 차종으로 거둔 실적보다 SM3라는 신차가 투입된 지금의 실적이 더 못하다는 얘기다. 르노삼성의 취약점은 내수 부진을 만회할 '완충지대'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회사는 수출을 늘려 내수 부진을 메워가고 있지만 수출이 거의 없는 르노삼성으로선 내수시장 침체가 경영상의 수지 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수 부진에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출을 포함한 전체 판매는 작년 5월보다 0.8%와 4.4% 줄어드는 데 그쳤다. 2.6% 감소한 GM대우는 곧 미국 수출에 나설 계획이어서 내수 부진을 만회할 여지를 갖고 있다. 더 큰 부담은 이같은 부진이 확장경영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초에 비해 인력을 23.4%(1천21명)나 늘렸다. 영업소도 10개를 늘린 1백47개 규모로 키웠고 부산공장은 지난 2월부터 2교대 근무에 들어갔다. 씀씀이는 크게 늘었는데 판매가 줄어들어 수익구조가 매우 취약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판매 효율 저하 지난해까지만 해도 르노삼성차는 '앉아서 파는' 스타일로 경쟁사 영업사원들의 부러움을 사온 것이 사실이다. '삼성'이라는 좋은 브랜드 이미지,SM5의 높은 품질력,여성 취향의 섬세한 광고전략,전시장의 고급스런 인테리어 등이 소비자들에게 잘 먹혀든 덕분이었다. 하지만 SM5가 시판 6년째를 맞아 월 7천대 안팎의 판매에 머물고 있는데다 SM3도 시간이 갈수록 현대 아반떼XD와 GM대우차의 라세티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4월과 5월 SM3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4.9% 및 16.1%로 작년 8월 시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까지 르노삼성차의 총 판매대수는 5만1천6백81대로 올해 목표치(13만6천대)의 38.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월부터 2교대 근무에 들어간 부산공장의 생산효율도 떨어지고 있다. 한때 60대에 달했던 시간당 생산량은 현재 30∼40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출 실적 역시 2백60만대로 연간 목표치(1천대)의 26%에 머물고 있다. ◆내년이 분수령 르노삼성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구색 맞추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까운 시일내 신차 시판계획이 잡혀 있는 것도 아니다. 프로젝트명 'EX'인 대형 세단은 내년 말,SM5 후속모델은 2005년,RV(레저용 차)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는 오는 2006년 이후로 멀찌감치 잡혀 있다. 불황기에 중·단기 판매전략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르노삼성차는 이에 따라 일단 내년 초에 르노의 대형 세단을 직수입해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르노-닛산의 대형세단 플랫폼을 들여오기 전에 배기량 3천5백cc급 세단인 벨사티스나 RV를 수입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경쟁관계에 있는 모 회사 관계자는 "르노삼성차의 기본적인 약점은 차종 부족이 아니라 지나치게 내수 중심으로 판매전략이 짜여져 있다는 점"이라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쌍용차가 CKD(반조립품 생산) 수출 확대를 위해 중국 등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평했다. 르노삼성차가 올해는 그럭저럭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내년에 대형차 시장에서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시련'이 아니라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