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특검수사가 정점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이 수사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관계 공직자 처벌문제,경제사정을 감안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법처리수위 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일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1백일 기자회견에서 "당초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전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는 권력남용과 불법대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불법적인 것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특검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법적 정치적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서 남북관계를 원천적으로 훼손시키는 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대출의 불법성은 가리되 남북관계 훼손은 곤란하다'는 수사범위에 대한 견해표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특검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특검의 수사방향은 '현대의 대북송금과 6·15 정상회담 대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금흐름 추적과정에서 북 고위층의 연루 여부 등이 공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지난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쌓아온 남북 교류·협력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의 반응도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금강산 육로관광과 관련,'중요하고도 긴급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을 빠른 시일 내에 만나려고 하며 이에 대한 남측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특검이 정 회장과 김 사장을 사법처리할 경우 금강산 관광 재개를 포함한 남북관계 전반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특검수사를 놓고 여야간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정균환 원내총무는 지난 1일 "특검의 과잉수사와 구속처리는 남북화해와 통일의 민족적 비전에 대한 사법적 테러"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특검팀의 수사에 대해 남북관계를 거론하며 부당한 압력행사 발언을 했다"며 "특검은 출발부터 성역을 설정해 놓고 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해진 부대변인은 "청와대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에 대한 일체의 방해 책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이날 "특검수사에 대해 걱정하고 우려하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최근 정치권의 행동은 의견개진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권의 논쟁은 특검수사 시작부터 있어왔으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런 논쟁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향후 특검수사 방향에 대해 "1차수사기간 안에 사건을 조기종결짓고 관련자들의 사법처리도 최소화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관련자들의 사법처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여부와 특검팀이 대북송금의 성격을 어떻게 결론내릴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특히 정 회장 등에 대한 사법처리와 관련,특검팀 관계자는 "이번주로 완성되는 남북교류협력법의 공소시효를 최대한 고려해 기술적인 방법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혀 사법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특검의 목적은 사법처리가 아니라 진상규명이기 때문에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 등으로 처리,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에서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