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가동률이 4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고 공장과 설비를 매각하려는 업체들이 크게 늘어나는 등 중소기업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도가 나지 않았는데도 사업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자진 폐업하는 회사가 속출하고 있다. 2일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1천5백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 4월중 평균가동률은 3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69.5%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한 셈이다. 이 수치는 국제통화기금(IMF) 시절인 99년 5월의 69.3% 이후 47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설비를 팔겠다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중진공의 설비정보사이트에 매물로 나온 기계설비는 1월부터 5월까지 총 1천8백93건에 달했다. 하지만 매입 신청은 2백35건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금융지원위원회에 소속된 20개 금융회사가 대출금 대신 떠안은 공장을 법원경매로 내놓은 사례도 올들어 5월 말까지 총 3백95건(중진공 등록 기준)에 이른다. 인력ㆍ자금ㆍ판매난 등 3중고를 견디지 못해 자발적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 수원의 사출업체인 D산업 이도준 대표는 최근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지난달 종업원 11명중 7명이 집단 사표를 낸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경기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정부정책도 믿을 수 없어 사업을 접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87년 창업 이래 16년간 갖은 고생을 다해서 회사를 키워 왔고 외환위기 시절 연체가 늘어나 거래은행에서 공장 압류를 통보해 왔을 때도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려고 동분서주했던 이 대표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을 할 의욕자체가 생기지 않아 험한 꼴 보기 전에 공장 문을 닫아 조금이나마 건지기로 했다"고 그는 토로했다. D산업처럼 자진폐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화 창원 마산 하남 등 전국의 산업단지에서도 지역마다 5~10개 기업들이 자진 폐업을 결정하고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도권지역에서 기업처분 절차를 컨설팅해주고 있는 강길원 경영지도사는 "지난 4월중 5백7개 업체가 부도를 내는 등 부도업체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이를 두려워한 중소기업들의 사업포기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치구ㆍ이계주 기자 rhee@hankyung.com